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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상을 즐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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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와 세탁, 수선 등, 자잘한 집안일을 놀이로 즐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직업이 있는 남성입니다. 육아로 바쁜 부인을 도와주기 위해 시작한 요리는 4년 후 400가지가 넘는 메뉴가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상의 놀이’의 다양한 이야기를 야나기야 카로쿠(柳家花緑, 일본 전통 만담가)가 들으러 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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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이라고 생각하면 싫어진다. 즐기면서 하면 재미있어진다.

 

카로쿠 : 가끔 취미로 요리를 하는 사람은 있지만, 매일 식사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오리 : 이런 말 하기는 조금 부끄러운데요, 58세가 되고 나서 아이가 생겼습니다. 차분한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집사람은 아이 돌보기로 바쁘고, 전 맛있는 것이 먹고싶어서 요리를 해봤는데 이게 꽤 재미있었습니다.

카로쿠 : (사진을 보면서) 이거, 이오리씨가 전부 만든거지요?

이오리 : 네, 4년간 계속 만들고 있는데요, 매일 하는 일이니까 가사라고 생각하면 싫어지기 때문에 즐기면서 하면 재미있습니다.

카로쿠 : 하지만 일반적으로 ‘재미있게 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계속 할 수 있지는 않잖아요?

이오리 : 원래 플라이피싱(제물낚시)이 취미라 밖에서는 먹을 것을 직접 만듭니다. 그게 베이스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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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로쿠 : 그렇군요. 그럼 이렇게 매일 요리를 하게 된 것은 이오리씨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었겠네요.

이오리 : 뭐, 결과적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정도까진 하지 않았을거에요. (사진을 보이면서) 제 아들입니다.

카로쿠 : 아, 귀엽네요! 보람이 있으시겠어요.

이오리 : 아이에게 좋지 않은 것을 먹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김이 남으면 조림으로 만들거나, 햇생강을 된장에 절여서 주곤 합니다.

카로쿠 : 그것까지 만드시나요?

이오리 : 시판되는 것들은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 있기 마련이죠. 직접 만들면 맛있고 저렴한데다 첨가물도 없어요. 한밤중에 술이 마시고 싶어지면 안줏거리로도 딱 좋아요. 그래서 락교를 절여보기도 합니다.

카로쿠 : 그건 육아와는 또 다른 이야기군요. 술을 마시고 싶어서 안줏거리로… 그런 시간은 역시 행복하겠어요.

이오리 : 뭐랄까… 무언가에 집중하게 되면 텐션이 올라가잖아요? 반대로 생각대로 잘 안되면 짜증이 올라올때도 있어요. (웃음)

카로쿠 : 말씀 중 죄송하지만 이 미소(일본 된장) 야채 절임, 먹어도 될까요?

이오리 : 물론이지요. 드셔보세요.

카로쿠 : 이거 정말 맛있네요. 전 원래 술은 마시지 않는데요, 어른들 안에서 자라서 그런지 술안주는 꽤 좋아해요.

이오리 : 이거, 맛술로 부드럽게 한 미소에 햇생강을 넣어 절인 것 뿐이에요.

카로쿠 : 저도 모르게 손이 가네요. 계속 먹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사진을 보며) 그런데 정말 모든 요리가 대단하네요.

이오리 : 물건을 만드는게 제 직업이라서 그런지 적당히 하는 것은 싫어하는 성격입니다. 그릇도 제가 좋아 하는 것을 모아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가지고 노는 느낌이에요.

카로쿠 : 확실히, 놀이처럼 즐기지 않으면 이렇게까지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오리 : 네.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고, 목적한 대로 잘 완성하면 되니까요.

이오리 : 스웨터 같은 것도 손을 보면 다시 쓸 수 있게 되살아난다고 해야 할까, 샀을 때 당시 이상으로 좋아지기도 하니까 그런게 꽤 재미있어요.

카로쿠 : 새 것보다 더 좋아진다는 말씀이신가요?

이오리 : 이 캐시미어 스웨터는 처음 샀을 때 짜임이 느슨했습니다. 캐시미어는 1g에 얼마, 라고 하는 세계이기 때문에 짜임이 촘촘해지면 캐시미어의 양도 많이 들어가고 가격도 비싸집니다.

카로쿠 : 그렇군요.

이오리 : 짜임이 촘촘해지면 섬유가 품은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으니까 따뜻합니다. 그래서 직접 짜임을 촘촘하게 바꿔보자! 란 생각으로 손빨래를 하니 어느 정도 짜임이 촘촘해졌어요. 거기에 스팀 다림질을 하고 보풀 제거기로 보풀을 없앤 후 브러시질을 하는게 재미있더라구요.

카로쿠 : 꽤 공들이시는군요.

이오리 : 이건 캐시미어 전용 브러시인데요, 다른 브러시와 비교하면 빗 부분의 털질이 달라요. 이렇게 누르면서 브러시질을 하면 빗 끝이 지나가는 자리에 결이 생깁니다. 이것 보세요, 이렇게 다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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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로쿠 : 아 진짜다. 이거 재미있네요.

이오리 : 정성스럽게 이걸 하다보면 보기에도 좋은 스웨터로 변해버린다는거죠. 신기하게 양복에도 이걸 하면 그렇게 좋지도 않은 양복이 꽤 그럴싸하게 보이게 되요.

카로쿠 : 이거 비싸지요? 이 브러시.

이오리 : 이건 꽤 비싸요. 만 칠천엔 정도(한화 약 18만원 정도)에요. 털의 질이 좋은 것은 더 비싸요. 비싸지만 일반적인 브러시로는 이렇게까지 효과가 좋지 않아요. 도구는 역시 좋은걸 써야지요.

카로쿠 : 그렇군요.

이오리 : 어쨌든 꽤 좋을법한 스웨터로 보이잖아요? 암시때문인것도 어느정도는 있겠지만(웃음). 다림질을 하면 정말 더 좋아져요. 이렇게, 언제나 잘 정리된 상태로 스웨커를 옷장에 넣어두면 뭔가 얻은 기분이 되지요. 

자잘하게 이런 일들을 하다보면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기도 해요. 이런게 생활한다는 것이겠지요.

카로쿠 : 요즘은 간단히 버리고 사는 시대이지요.

이오리 : 맞아요. 그러면서도 꽤 오랫동안 사용한 것처럼 보이는 데미지 진 같은 것을 꽤 즐겨 입지요. 그건 만드는 과정에서 그런 가공을 한 건데요, 원래는 직접 입고 손보면서 그렇게 변화시키는게 절대로 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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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로쿠 : 이 셔츠는 뭔가요?

이오리 :이건 요즘 유행하는 워싱 가공 셔츠입니다만, 다림질을 하려고 잡아당기니 그렇게 많이 입지도 않았는데 북 찢어져버렸어요. 아 이거 좀.. 이라고 생각하면서 전부 뜯고 천을 사러 가서 그것을 덧댔습니다. 원상태로 복귀시킨 느낌이지요.

카로쿠 : 뭐랄까, 꽤 멋있어졌는데요?

이오리 : 그런 것을 생활 속에서 하나 하나 해 나가는 것이 꽤 재미있어요. 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결과가 좋지 않는 것처럼 자신만의 생활을 즐긴다면 그것이 놀이로 이어지는 거겠지요.

카로쿠 : 그렇군요. 그것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이오리 유타카()

플래닝 디렉터. 워너 뮤직 재팬에서 제작 디렉터를 경험한 후, 광고 대리점에서 음향영상부분을 담당. 무인양품 BGM을 초기부터 제작 스태프로 참여. 현재 ATELIER MUJI 프로듀서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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