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피부 건조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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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매년 겨울이 되면 시베리아 쪽에서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날아와 대륙의 공기가 바싹 마릅니다. 이렇게 건조한 공기는 ‘건조해서 피부가 갈라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피부에 좋지 않죠. 최근에는 건조해진 피부를 위한 관리법들이 많이 공유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공기가 건조해지는 이유, 건조해진 공기가 피부에 좋지 않은 이유 등, 건조한 겨울 공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연환경으로 인한 건조
우리나라 강원도 지역에는 길이 600km, 해발고도 800~1,000m의 산맥들로 이루어져 남북으로 뻗어있는 태백산맥이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시베리아와 중국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이 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대기가 건조해집니다. 이때 동해안 쪽에서 불어오는 북동풍은 바닷바람으로, 차고 습한 공기를 몰고 옵니다. 이 습윤한 바람이 내륙의 차고 건조한 공기를 만나 구름을 만들어 많은 눈을 내리게 합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평창을 비롯해 강릉, 속초 등 강원도 지역이 겨울만 되면 폭설에 시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강원도 지역 군인들을 비롯한 주민들은 매년 제설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4년 2월 강릉에는 103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기도 했죠.
우리나라는 겨울철에 차갑고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건조한 편입니다. 특히 강원도 영동지방이 건조주의보가 더 자주 발효되고 산불의 위험도 높은데요. 북동풍이 태백산맥을 타고 오르면서 공기 중의 수분을 눈구름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영동지방의 대기가 매우 건조하게 됩니다. 게다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바람이 불 때 더욱 건조해지는 공기의 특성으로 인해 점점 더 바싹 마르게 되는 거죠.
일본도 비슷합니다. 태백산맥과 같이 남북으로 뻗어 있는 혼슈 지방의 척량산맥을 타고 내려온 건조한 바람이 태평양 쪽으로 부는데 이로 인해 겨울철은 일본도 건조주의보가 내려진다고 합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통계(일본 기상청 조사)를 보면, 동경지역에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횟수는 연평균 76일. 그중 1월이 가장 많은 20일을 기록했으며 그 뒤로 2월이 17일, 12월 14일로 겨울 기간 3개월에 집중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2011년 1월은 건조주의보가 31일 발령됐다고 하는데요. 1월이 31일 것을 생각하면, 건조주의보가 매일 발효된 셈이죠.
난방으로 인한 건조
야외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실내의 공기도 바싹 마릅니다. 특히 난방기기를 틀고 있으면 훨씬 더 건조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이러한 현상을 ‘식욕’에 비유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
여기 케이크를 10개까지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죠. 10개 이상은 배가 포화 상태가 되어 무리입니다. 이는 습도로 치면 100%인 것입니다. 온도와 공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분량은 비례합니다. 즉, 주위가 따뜻해지면 공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분의 양이 증가하는 것이지요. 몸을 따뜻하게 하면 위장이 커져서 10 개 밖에 못 먹었던 사람이 15개, 20 개씩 먹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케이크 10 개는 위장의 절반밖에 채울 수 없습니다. 습도로 말하면 50 %로 낮아진 셈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면, 겨울철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방 안의 수분량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난방으로 실내 온도가 따뜻해지면, 수분 함량은 변하지 않는데 공기의 식욕은 왕성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습도가 내려가고, 바싹 마르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온 10 ℃의 방에 습도가 60 %라고 합시다. 그 방을 난방으로 20 ℃까지 따뜻하게 하면 습도는 무려 32 %까지 떨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오늘날과 같은 난방 장치가 없던 시대에는 가정에서 난로 위에 주전자와 냄비를 얹어 물을 펄펄 끓였다고 합니다. 이것은 온도 상승으로 부족해진 수분을 보충하기 위한 생활의 지혜였던 것이지요.
피부와 건조
비 오는 날은 좀처럼 빨래가 마르지 않지만 활짝 갠 맑은 날에는 빨래가 금방 마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이 겨울철 피부에도 발생합니다. 습도가 낮은 공기는 식욕이 왕성하기 때문에 피부로부터 수분을 억지로 빼앗으려고 합니다. 한편, 피부도 건조함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특성이 있습니다. 바로 피부 각질층이 지니고 있는 “장벽 기능”입니다. 각질층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표피의 죽은 세포와 지방질인데요. 두께가 불과 10 ~ 20미크론(길이의 단위; 1미크론은 100만 분의 1m)으로 굉장히 얇은 층이지만, 플라스틱 수준의 장벽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체중의 약 70 %는 수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장벽 기능 덕분에 인간은 체내의 수분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기가 매우 건조한 상태라면 피부로부터 수분을 빼앗게 되는데, 이는 피부가 거칠어지는 원인이 됩니다. 물론 피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죠. 건조함은 피부에 있어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피부는 이에 맞서 각질층을 두껍게 하여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겨울철에 건조한 곳에 오래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각질층이 두꺼워지기 쉬운데 이는 그만큼 피부가 거칠어진다는 뜻입니다. 흔히 ‘건조한 피부에는 스킨케어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말에는 ‘피부가 거칠고 건조해지는 것을 예방한다’라는 직접적인 목적 이외에도, 스킨케어를 잘해줌으로써 외부에 장벽 층을 만들어 피부가 받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각질층이 두꺼워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의미까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지난 100년간, 도시의 녹음과 보습 효과가 있는 토양의 면적이 줄어들면서 도쿄나 오사카 등 일본의 대도시는 연간 평균 습도가 계속 내려가는 추세라고 합니다. 또한, 여름에는 제습 공사를 하는 건물이 늘어나면서 공기가 건조해지는 곳이 있다고 하네요. 이제는 비단 겨울뿐만 아니라 연중 내내 피부 보습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더는 우리 피부 스스로의 치유력만으로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겨울동안 건조해진 피부, 봄이 되면 황사와 미세먼지 등으로 더 건조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건조함으로부터 어떻게 피부를 관리하고 계신가요? 노하우가 있으면 의견을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