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물건과 사람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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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물건에 둘러싸여 살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물건, 필요한 물건, 어느새 옆에 두고 있는 물건.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해도, 언젠가 유용하게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두고 있는 물건. 자신의 물건 말고, 가족의 물건을 부득이하게 정리하게 되는 일도 앞으로 늘어날 것 같습니다.
주식회사 양품계획의 자문위원회 소속인 코이케 카즈코 씨는 「물건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계기란, 타계한 사람이 남기고 간 물건을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코이케씨의 언니였습니다. 나가노현 쿠로히메에서 시인으로 일생을 보냈던 언니의 집을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친척과 의논하여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은 가급적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그 예로 장서는 코이케 씨가 도쿄로 받아와, 언젠가 공개할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건이 사람을 이어준다.
하지만 모든 물건을 받아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클래시컬한 디자인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소파도 그 중 하나로, 아오야마에 자리 잡고 있었던 인테리어 샵 ‘이데’에서 30년쯤 전에 만들어진 오리지널 상품입니다. 언니가 마음에 들어 하던 아이템으로, 현관 라운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의자와 다르게 사이즈가 큰 소파는 누군가가 받아 가려 해도 조건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버리기 싫었던 코이케 씨는 친구, 지인들에게 상의했습니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새 보금자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다리를 놓아준 사람은 소파 제작에 관여했던 코이케 씨의 친구인 디자이너였습니다. 도쿄에서 친정집이 있는 쿠마모토로 돌아가 생활하고 있던 그녀가 쿠마모토에서 “아기 띠”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 ‘gran mocco’를 추천해준 겁니다. 언니는 다양한 동화책을 번역하는 일도 했었습니다. 쿠마모토 아동 교육 전문가들이 이 소파가 오는 걸 무척이나 반기고 있다는 말도 코이케 씨에게 들려왔습니다. 모처럼의 일이었기에 언니의 장서에 있던 동화책을 챙겨, 소파와 함께 쿠마모토에 갔습니다. 도쿄와 쿠로히메와 쿠마모토가 보이지는 않지만 하나의 깔끔한 선으로 이어진 듯이 느껴지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언니가 살아온 시간, 물건과의 만남, 좋아하는 것이 상대방과 우연히 들어 맞아, 그대로 똑같이 쿠마모토로 옮겨가다니. 정말, 인간 관계 속에는 물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던 코이케 씨의 말대로, 더 나아가서는 물건이 사람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한낱 물체가 아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시어머니입니다. 미국인으로, 조각가가 되고자 했으며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있어, 디자인 관련 일을 하셨던 분입니다. 미국이 가장 풍요로웠던 1950년대를 중심으로 정력적으로 활동하며, 찰스&레이 임스 부부와도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모두 친밀한 사이였습니다. 임스 부부의 명작 의자가 탄생하는 현장에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랬던 시어머니가 타계하셔서 임스 부부가 만든 “라운지 체어 &오토만”이 바다를 건너오게 되었습니다. 1956년에 디자인된 이 라운지체어&오토만은 코이케 씨에게 매우 애착이 가는 가구로, 사실 이미 같은 상품을 갖고 있었습니다. 20대일 때 있는 힘껏 노력해서 손에 넣었던 겁니다.
코이케 씨 본인은 물론, 친정어머니도 매우 좋아하여 내내 애용했다고 합니다. 통통한 손으로 계속 쓰다듬었는지, 팔걸이 가죽이 벗겨질 듯이 너덜너덜 해졌다고 코이케 씨는 웃으며 말해주었습니다. 미국에서 온 라운지체어는 아마 두 번째로 들였던 것인지 말끔한 상태가 유지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임스 부부의 라운지체어&오토만이라도 코이케 씨가 보기에는 서로 다른 가구였을 겁니다. 두 어머니가 보낸 각자의 시간과, 그 위에 앉아 경험한 다양한 사건들이 물건에 담겨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한낱 물체가 아닌 거죠. 어린이였을 때, 소년소녀, 청년 시절, 장년기. 사람은 살아가면서 그 순간순간의 시간 속에서 물건과 만납니다. 물건과 사람의 만남은,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돌출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소위 엔티크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도, ‘좋은 물건’은 어떻게든 다음 세대가 물려받을 수 있는 관계가 일본에서도 뿌리내려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코이케 씨는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주운 조약돌이나 숲에서 발견한 나무 열매 같은 작은 물건은, 이를 가지고 있던 개인에게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계속 갖고 있었던 거겠죠. 그런 물건을 물려받기는 어렵겠지만, 만약 그것이 가구라면..
물건을 선택하는 사람이 보낸 시간과 생활이 하나의 물건을 고르게 합니다. 물건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면 다양한 게 보이기 시작해, 물건을 고르는 하나의 시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