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끼볼이 이어주는 것
게시:
“생각해보면, 인간도 자연의 일부야.” 예전에 이런 광고 문구가 있었습니다. 그렇죠, 『사람도 자연의 일부.』 인공물에 둘러싸여 있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무심코 잊게 되는 소중한 사실입니다. 자연이 있고, 사계절이 있어, 그 영위 속에서 사람은 먹을 것을 생산해내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당연하면서도 소중한 사실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활동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을 통해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이끼볼 만들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끼볼이란
분재 기법 중에 “뿌리 씻기”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화분 안에 뿌리가 빈틈없이 뻗은 상태에서 분재를 뿌리 채 쑥 뽑아 그릇 등에 올려 감상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흙 안에 뿌리가 튼튼하게 뻗어있기에 화분이 없어도 흙이 무너지지 않고, 자립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뿌리 씻기”를 통해 “이끼볼”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원예용 케토흙이나 적옥토 등에 물을 먹이고, 손으로 주물러 진흙반죽을 만듭니다. 만든 진흙반죽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고, 뿌리가 붙어있는 식물을 심습니다. 그 다음에는 진흙반죽 주변에 이끼를 붙이고, 떨어지지 않도록 실을 둘둘 감아 고정해주면 완성입니다. 완성된 이끼볼은 양동이 등에 담가 물을 충분히 머금게 한 후, 접시에 담아 감상합니다. 분무기 등으로 매일 물을 뿌려 적절히 적셔주면 이끼볼에 뿌리를 내린 식물이 성장하여 진짜 분재처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워크숍의 탄생
와다 도쿠유키 씨가 주식회사 ‘와다이치’를 설립하고, 이끼볼 만들기 워크숍을 시작한 건 10년 전의 일입니다. 누구든 쉽게 직접 만들 수 있는 이끼볼 키트를 개발하여 아이도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이 워크숍에 임하는 와다 씨는 ‘사물을 자유롭게 만들어내기’와 ‘흙을 만지면서 생명을 만지기’를 소중한 가치로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흙을 주물거리며 진흙반죽을 만들고, 식물을 심어 길러가는 ‘이끼볼 만들기’는 그러한 두 가지 가치를 한번에 체험할 수가 있습니다.
와다 씨는 원래 일본 전통공예품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일했었습니다. 아름다운 칠제품, 도기 등과 함께 분재와 이끼볼도 취급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 직장에서는 일본에서 난 간벌재로 편의점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관여했습니다. “자연공생”을 컨셉트로 한 비즈니스입니다. 그 일을 하면서 나무젓가락의 발상지라고 하는 요시노에 있는 숲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숲 속에서 요시다 씨는 문득 “간발재로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일도 멋지지만, 보다 자연공생에 대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끼볼」을 떠올렸습니다. 이끼볼이라면 자연을 사랑하는 일본의 마음과 전통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와다 씨는 주식회사를 세워 아이와 어른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끼볼 만들기 워크숍을 시작했습니다. 5년정도 전부터는 무인양품 매장에서도 황금연휴와 여름방학 기간 중에 개최되어, 현재는 200여개 매장에서 실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벼농사
“요즘, 이런 걸 만들었어요.” 와다 씨는 ‘이끼로 만드는 논 키트’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끼볼 만들기 재료에 볍씨와 육묘토를 동봉했습니다. 샬레에서 모종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 발아한 모종을 이끼볼에 심어 벼 이삭이 열릴 때까지 기르는 것입니다. 순조롭게 자라면 도중에 꽃이 피고,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는 등, 모내기부터 수확까지의 과정을 얼추 체험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작은 벼농사를 짓는 겁니다.
“요즘, 모내기 체험이 유행하고 있는 듯한데, 농가에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아이들은 진흙범벅이 되어가며 모내기를 하는데, 모종을 심고 나면 그걸로 끝나버린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모내기를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삼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끼볼에 모종을 심어보자는 발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벼 이삭이 여물 때까지 아이들은 매일 이끼볼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와다 씨의 생각에 찬동해준 신사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모내기 축제”와 “논 만들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매일 물을 잘 주고, 햇빛과 바람, 비에 대해 생각해보고, 벌레가 찾아오기도 하고, 새가 찾아오기도 하는 등, 농부는 그 모든 걸 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집에서 유사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5월부터 10월까지 반년 정도에 걸쳐 하는 체험이기 때문에 이삭이 여물었을 때는 기쁨이 배가 됩니다. 자기자신의 마음과 노고가 담겨있기에 단 한 줄기의 벼라고 해도 결실을 맺으면 기쁜 겁니다.”
작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이끼 논” 워크숍을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매일매일 기르다 보면 애착이 생겨나는 모양인지, 쉬는 아이의 이끼볼을 대신 돌봐주는 학생이 나온다는 얘기도 들려온다고 합니다. 또, 아쉽게도 시들어버린 아이의 집에서는 “왜 시들었는지에 대한 얘기가 계기가 되어 아이와 생명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다.”고 부모가 감사 메시지를 보내온 적도 있다고 합니다.
대자연 속에서 지내야만 자연과 가까워지는 건 아닙니다. “집 안에 있어도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고 와다 씨는 말합니다. “이끼볼” 만들기를 통해 사람과 자연 사이의 마음의 거리가 줄어들고, 또 작은 생명을 길러내는 일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가까워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는 겁니다.
흙을 접하고, 자연을 접하며, 생명의 소중함도 접할 수 있는 “이끼볼”을 아이와 함께 만들고 키워보지 않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