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름에 어울리는, 마(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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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칼럼은, 과거에 발신했던 칼럼을 ‘칼럼 아카이브’로써 다시 소개해드립니다.)
4월 말에 장마가 시작되는 오키나와에서부터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있습니다. 6월은 대부분의 지방이 비의 계절. 장마가 그쳐도 그 후엔 고온다습한 여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나 절전이 강조되는 여름엔 옷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천연 소재 중에서도 가장 시원하다고 알려진 ‘마’의 매력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강하고, 긴 마(麻)
“마(麻)”는 줄기나 잎에서부터 강하고 긴 섬유를 뽑을 수 있는 식물의 총칭. 모시, 리넨, 삼베 등 세계에는 20개 이상의 종류가 있습니다. 종에 따라 섬유의 길이나 굵기, 질감은 다릅니다만 공통적인 특징으로 흡수성·발산성·통기성·내구성이 뛰어나다는 것. 그런 특징을 살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의복 외에도 어망이나 로프 등 생활 자재로 활용되었습니다. 또한 촉감이 좋아 오래전부터 속옷에도 사용되었는데, 리넨의 프랑스어인 LIN은 란제리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일본의 마
만엽집에 ‘마 소재 옷’에 관한 노래가 실려있을 뿐 만 아니라, 삼베의 재배나 직물에 완련된 노래는 고금집, 신고금집 등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옷뿐만이 아닙니다. 다다미 표면의 실, 어망, 일본 전통 신발인 게다의 재료, 새끼줄, 초가 지붕, 신사의 금줄, 스모 일인자인 요코즈나의 장식품, 등등. 마는 일본인의 생활 여러 방면에 사용되어, 난·홍화와 함께 ‘삼초(三草. 실생활에서 유용한 세 종류의 풀)’의 하나로 불립니다. 또한 여름에 활약하는 모기장도 예전엔 마로 만들었는데, 나일론이나 솜으로 만든 것보다 체감 온도가 1~2도 정도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여름에 마가 좋은 이유
여름에 사람이 쾌적하다고 느끼는 옷의 조건은 피부의 온도를 일정 수준 이상 높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 기준은 32도·습도 50%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온도 33·습도 80%가 되면 땀이 나기 시작하여 불쾌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마는 다른 섬유에 비해 보온성이 낮고 방사성이 뛰어납니다. 즉, 마 소재 옷은 체온을 방열해서 쾌적함을 줍니다. 같은 천연 식물 섬유 중 면과 비교해보자면 흡습성은 마찬가지이지만, 통기성 125%·발산성 160%·접촉 냉각성 160%로 성질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또 마섬유의 단면은 구멍이 있는 심으로 되어 있어 땀이 나도 피부에 잘 달라붙지 않습니다. 고온다습한 일본의 선인들이 여름 의복으로 마 소재를 애용한 것은 무척이나 합리적인 지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원함도 좋지만, 착용했을 때의 멋스러움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입은 모양대로 주름이 생기면서도 빳빳한 느낌, 입을수록 깊이가 더해집니다.
여름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앞으로의 마
마는, 열대·온대·냉대 등 폭넓은 기후 조건에 적응하는 식물입니다. 약 3개월이면 3~4m까지 자라면서도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병풍해에도 강해, 길게 자라는 뿌리가 토양을 개선합니다. 또 마의 줄기에는 목재의 약 4배에 달하는 섬유 펄프가 있습니다. 나무가 자라는데 20년 정도 걸리지만 마는 100일이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합니다.
최근 마에서 식품이나 기름, 건축 자재, 섬유제품, 종이, 약품, 화장품, 플라스틱, 자동차 부품 등 많은 제품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환경보호라는 관점에서도 석유 계열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친환경 소재로서 마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마의 효용을 선인들은 현대 과학 이상으로 잘 이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지혜 중에는 미래의 풍요로움에 대한 힌트가 숨겨져있는 듯합니다.
여러분도 천연 소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