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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날씨와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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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릴 것 같아지면 이유 없이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관절 이곳저곳이 아팠던 경험이 있나요? 사람에 따라서는 천식 발작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기분 탓”이라고 넘겨온 이런 증상을 요즘에는 어엿한 하나의 병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날씨 때문에 일어나는 통증 등의 건강 이상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기분 탓? 아니면 날씨 탓?

날씨 때문에 생기기도 하고, 악화하기도 하는 만성 통증을 ‘날씨통’이라고 합니다. 이 이름은 아이치 의과대학 · 학제적 통증 센터의 객원 교수인 사토 준(佐藤 純) 씨가 붙였습니다. 그의 저서인 『날씨통~고통스러운 통증 · 불안의 원인과 치료방법』의 내용을 보면, 사토 씨는 본래 ‘동통 생리학’ 연구자였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고소 생리학에 관심이 있어, 나고야 대학에서 고산병으로 인한 두통과 폐부종 등의 작용 구조를 연구했었습니다. 그 후에는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유학하며, ‘만성통증과 자율신경’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즉, 사토 씨는 고소 생리학, 환경 생리학, 동통(疼痛) 생리학 등의 학문을 폭넓게 섭렵한 사람입니다.

귀국하고 나고야 대학으로 돌아온 사토 씨는 기초 연구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눈으로 환자분들의 증상 사례를 보고 싶어, 아는 교수에게 부탁하여 임상 현장에 입회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만성통증이 있는 환자들이 이따금 날씨 얘기를 한다”라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비가 오면 무릎이 아프다”, “장마철에는 수술한 자리가 아프다”라는 식의 얘기를 한 것이죠. 이를 신기하게 여긴 사토 씨는 어떠한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TV 방송

그러던 어느 날, TV 방송국에서 “장마철에 오래전에 난 상처가 쑤신다”라는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다는 의뢰가 왔습니다. 의뢰를 받은 사토 씨는 기압 · 기온 · 온도를 마음대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챔버’라는 작은 방을 활용하여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어르신 두 분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인공적으로 장마철과 같은 기후를 재현해 내, 통증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입니다. 그리고 뚜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한 겁니다. 열 분포를 나타내는 서모그래피를 통해 체온 저하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 두 분의 다리 색이 오렌지색에서 녹색으로, 더 나아가 파란색으로 변화해갔습니다.

실험 결과는 만족스러웠지만, 사토 씨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방송 디렉터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물었는데, 대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기상현상과 통증”의 관계에 대해, 당시에는 아직 아무 연구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 메커니즘을 해명하자”고 결심한 사토 씨는 기상 현상과 통증에 관한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원인이 밝혀지기 시작한 날씨통

20여 년 동안 이어진 연구 결과, “통증과 자율신경”의 관계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몸에는 온도와 습도, 기압 등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습니다. 이 센서가 기후의 변화를 감지하면, 몸은 스트레스를 느끼고, “교감신경”이 활발해집니다. 그 결과, 혈관이 수축하거나 심박수가 올라가는 등의 작용이 일어나 ‘만성통증’이 있는 사람에게 통증을 유발하는 겁니다.

그중에서도 사토 씨와 연구원들이 주목한 부분은 ‘귀’입니다. ‘온도’와 ‘습도’를 감지하는 센서가 피부에 있다는 사실은 이전에 이미 밝혀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압’을 감지하는 게 어떤 기관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었습니다. 쥐와 사람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여, 사토 씨와 연구원들은 귀 안쪽에 있는 ‘내이’가 기압을 감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또한 ‘날씨통’을 느끼는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내이’의 신경이 민감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지 않는 작은 기압 변화도 감지하여 교감신경이 활발해지고, 통증이 생긴다는 메커니즘을 밝혀낸 겁니다.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병

“일본 전국에서 날씨통을 앓는 사람은 1000만 명 이상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 고 사토 씨는 전망합니다. 10명 중 1명이 날씨로 인한 어떤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통증’은 매우 개인적인 감각이기에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으름 피우는 거겠지,” “기분 탓이겠지”라는 말을 듣기 십상입니다. 그렇기에 사토 씨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날씨통에 대해 알리고 싶다,” 고 말합니다. 기상현상이 일으킨 통증과 건강 이상은 절대로 기분 탓도, 게으르기에 그런 것도 아닙니다. ‘날씨통’임을 자각하여 미리 예방하거나,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사토 씨의 저서에서 발췌한 ‘날씨통’ 체크리스트를 아래에 소개해둡니다.

 

□ 왠지 모르게 비가 내릴 것 같다고 알 수 있다.

□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몸 상태가 안 좋다.

□ 추위에 약함. 몸이 차다.

□ 멀미를 쉽게 한다. 비행기, 고속 열차에 약하다. 높은 곳에 약하다.

□ 이명이 곧잘 들림. 기압 변화로 막힌 귀가 쉽게 뚫리지 않는다.

□ 과거에 목을 다친 적이 있다. 사고나 운동 때문에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 스트레스가 많다.

 

만성통증이 있으면서 위의 사항에 해당되는 걸로 짐작되는 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날씨통”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혼자 마음대로 진단을 하면 위험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날씨통”인 것 같다고 생각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믿을 수 있는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해보는 게 어떨까요?

 

 

※참고도서: 『날씨통 고통스러운 통증 · 불안의 원인과 치료방법(天気痛 つらい痛み・不安の原因と治療方法)』 – 사토 준 / 코분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