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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간유산 –가까이 있는 것을 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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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 도코나메 시 산책길에 있는 방토

파리의 인기 관광지인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규모 화재가 일어난 건 4월 중순의 일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록되어 있는 건축물인 만큼, 관련 뉴스를 전 세계에서 보도했습니다. 이번에는 이런 유명한 세계유산이 아닌, 이를테면 무명의 ‘세간유산’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자면, 유명하지 않더라도 그 지역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장소,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고 싶은 물건이나 경치, 사람 등을 그 지역의 사람들이 찾고, 선정하자는 활동입니다.

 

“당연함”을 다시 보기

‘세간유산’이라는 말은 2004년경부터 아이치 현의 도코나메 시와 기이반도의 구마노 고도 주변에 위치한 시, 동에서 사용하기 시작해서 차츰 퍼진 말이라고 합니다.

“세계유산은 유네스코가 정하지만, 세간 유산은 시민, 그리고 저희 스스로가 찾아내서 선정할 수 있는 소중한 보물 · 유산입니다.(세간유산 공식 오피셜 홈페이지)” 라는 말처럼, 이를 정하는 사람은 저희 자신입니다. 이제까지는 너무 당연하게 있는 것이라 지나치고 말았던 동네 길과 풍경, 건물, 사람 등, 저희의 주변에 있는 평범한 보물을 조명하고, 그 가치를 재인식함으로써 스스로의 생활을 다시 돌아 보고 지역 재생으로도 연결하자는 활동입니다.

 

한 권의 사진집에서

이 말은 사진가 · 후지타 요조 씨의 사진집 『세간유산 방랑기』(석풍사)를 계기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사진집에 등장하는 세간유산은 가족이 늘어날 때마다 한 단, 또 한 단 쌓아 올려 감자를 심어온 장대한 계단식 밭, 채광을 위해 들쭉날쭉하게 만든 방직공장의 톱니 지붕, 라인댄스를 추는 것처럼 보이는 햇볕 아래에서 통째로 말리고 있는 무, ‘맛있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간판이 걸려있는 역 앞 식당, 계절에 따라 어획물이 바뀌는 해녀의 생업을 지탱해주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내는 대장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폐품을 이용해 만든 안전기원용 인형을 장식해둔 교통안전가옥, 뱀이나 쥐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폐차 위에 만든 전서구 사육장, 순례길에 세워진 순례자 접대를 위한 작은 사당, 여름 태풍과 겨울 계절풍에 대비한 돌담, 손수 돌본 벼를 말리는 농부의 모습 등등. 사진집에는 저희가 잊을 뻔한 풍경과 가치관이 똑똑히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를 알고, 미래를 찾는다

20세기 초반 일본 근대 유산을 방문하여 ‘그립다,’ ‘진귀하다,’ ‘아름답다’와 같은 관광적인 시점으로 즐기는 새로운 관광 레저를 『헤리티징』이라 한다고 합니다. 얼핏 보기에는 “세간유산”과 닮아 보입니다만, 후지타 씨는 “근대화 과정에서 버린 것을 회고하는 게 아니라, 옆에 두고 잊어버린 물건에 깃들어 있는 이야기를 알게 됨으로써 미래를 찾게 되는 것이 세간유산의 방정식”이라고 역설합니다. 사진집에서 폐기와를 이용해 높게 쌓아 올린 방토 ‘기와담(효고 현 아와지 섬)’을 다룬 페이지에서는 “그렇다 쳐도 참 잘 쌓았다. …다행히도 이 기와담은 지진 피해를 입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얘기를 후에 듣게 되었다. 이 방토를 볼 때마다, 콘크리트로 굳혀놨기에 단단했을 터인 한신 고속도로가 무너진 광경을 떠올린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 좌 : 도치기현 마시코역 이미지                      *우 : 아이치현 도요타 시 수로변 산책길

각지의 세간유산

도자기로 유명한 이바라키 현 마시코 마을에서는 2017년 봄부터 모집을 시작한 「마시코 세간유산」이 현재 42개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매해 열리는 마시코 마을의 기온축제에서 끌고 다니는 ‘신마치 조각 수레차’를 비롯해, 수령이 800년쯤 될 것으로 추정되는 키타나카 하치만궁에 있는 큰 느티나무, 지역 아동들이 계승 받아 매해 가을에 열리는 예대제 등에서 춤을 선보이는 가구라(神楽) 등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아이치 현 도요타 시의 「도요타 세간유산」은 시민의 뜻으로 만드는 마을 조성 단체가 제창하여 시작되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물건과 행위, 그리고 사람에 대해 ‘재미있다’는 시점에서 후세에 전해주고 싶은 ‘유산’의 가치를 찾아내는 활동”이라고 하는 말대로, 등록 일람에는 독특한 것이 많이 보입니다. 취락 전원이 옛날부터 모시고 있는 불상, 도요타 대교 아래에서 열리는 대중예술 음악제, 과거 용수 시설의 터와 이를 지키고 보전하는 지역 사람들의 청소 활동, 찻잎 채취부터 제조법까지 이어받아 산속 마을의 식문화를 전하는 한차(寒茶), 장난감 집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장난감 명인, 수렵물을 직접 다듬고 요리하여 제공하는 가게의 여성 헌터 겸 요리사 등등. 그리고 ‘추천인이나 소유자 또는 본인이 서로 자랑하며 교류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함으로써 세간유산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알 수 있습니다.

수법과 인증 기준에서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세간유산’은 지키고 싶은 물건과 행위를 직접 찾아내서 남겨가는 시스템일 겁니다.

 

세간 유산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가까운 일상을 조명하고, 그 속에서 빛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세간유산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기유산’이 모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저희 주변에 ‘각자의 세간유산’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세간유산으로 전하고 싶은 것,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참고도서: 『세간유산 방랑기』 후지타 요조 (석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