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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조식품을 비상식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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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보존식품은 비상식량?」이라는 제목으로 건조식품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건조식품을 쓰자고 제안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건조식품이 비상식량으로 쓰이는 걸 모두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전제로 쓴 글이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건조식품을 비상식량으로 이용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습니다. 태풍과 같이 큰 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시기인 요즘, 비상식량이라는 관점에서 건조식품을 다시 한번 돌아봅니다.

 

평소에 먹는 건조식품이 혹시 모를 때에 대한 대비로

건조식품은 건조 과정을 통해 가공되어,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식재료를 말합니다. ‘불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인상 때문인지 무언가 특별한 식품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파스타와 소면, 건과일, 견과류, 해조류, 육포, 그리고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말린 야채 등, 모두 건조식품에 해당됩니다. 실은 매우 가까운 곳에 있으며 쉽게 볼 수 있는 식재료이지요.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고, 상온에서 장기간 비축해 둘 수 있는 특징이 바로 건조식품이 비상식량에 적합하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비상식량으로 특별하게 개발한 식품들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 구하기가 쉽고, 현재 권장되고 있는 비상식량 롤링 스톡(*)을 실현시키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롤링 스톡 = 가정에서 재해에 대비해 식품을 비축해두는 방법 중 하나. 비축해둔 식품을 정기적으로 소비한 다음, 먹은 만큼 다시 보충해서 항상 일정량 비축분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

혹시 모를 순간이 왔을 때, 길어지는 피난 생활 때문에 건강이 악화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살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생활이 지켜지지 않는 환경 등, 여러 요인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더해 식사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도 영향이 클 것입니다. 특정 식재료에 알레르기가 있어 보급된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건조식품을 비상식량 삼으면, 우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원재료를 그대로 말리기만 한 것이기 때문에 재료 본연의 특징이 뚜렷하고 첨가물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피난처에서 식사를 할 때 결핍되기 쉬운 식이섬유도 건조식품에는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영양균형이 잘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또,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고, 부엌칼과 도마 없이도 조리가 가능합니다. 그야말로 재해 발생과 같은 위급상황에 알맞은 식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조식품 비상식량 입문

여차할 때 건조식품이 어떻게 활약하는지 알고 싶어, 도쿄의 히카리가오카 단지 안에 위치한 MUJI BASE 히카리가오카에서 열린 ‘칼 없이 만들 수 있어요, 평상시에 먹어도 맛있는 건조식품 비상식량 입문’이라는 워크숍에 참가해봤습니다.

건조식품의 매력을 발굴해내고, “DRY한 FOOD, 건조식품으로 세상을 더 PEACE하게!”라는 신조를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반 사단법인 DRA and PEACE(사카이 유카코+타히라 에미)에서 두 분이 강사로 와주셨습니다. 건조식품을 요구르트로 불려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리는, 참신한 발상으로 주목을 받은 유닛입니다.

자율 방재사, 지역 자치단체의 방재 담당자 등 관련 분야에 있는 분들도 참가할 만큼, 재해 대책에서 건조식품이 주목받는 아이템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칼이 없어도, 불이 없어도

이날 이뤄진 시연에서는 ‘① 따로 삶을 필요가 없는, 버리는 물이 생기지 않는 건조식품 파스타’, ‘② 오렌지 주스로 불린 건조 당근과 한천으로 만든 샐러드’, ‘③ 말린 무채와 참치캔 무침’ 총 3가지 메뉴가 제공되었습니다.

①은 쇼트 파스타, 말린 무채, 건조 표고버섯 슬라이스, 오징어채, 소금 건조 다시마, 얇은 가다랑어 포를 한 냄비에 넣어 잠길랑 말랑할 정도로 물을 붓고, 파스타를 삶는 시간에 맞춰 불 위에 올려 삶은 다음, 마지막으로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완성입니다. ②와 ③은 불을 쓰지 않는 메뉴로, 냄비 또는 보울이 없어도 비닐봉지에 넣어서 조리할 수도 있습니다. ②는 각한천을 가늘게 찢어 건조 당근, 오렌지주스와 한곳에 넣고, 당근이 부드러워질 때까지(15~20분) 기다리면 완성됩니다. ③은 더 복잡할 것 없이, 기름 없는 참치캔과 말린 무채를 비닐봉지에 담아 넣고 가볍게 주무르면서 그저 ‘무치기만’하면 됩니다. 세 요리 모두 “어, 이렇게만 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어질 정도로 간단한 요리죠.

 

고정관념 버리기

건조식품을 불리는 데에도 요령이 있었습니다. ‘건조식품 중 80% 이상은 20분 이내로 불릴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따로 불리지 않아도 끓이거나  삶으면서 불리는 것처럼, 조리를 하면서 불리는 것도 괜찮다고 합니다. 그리고 불릴 때 필요한 재료는 ‘물이 아니더라도 “수분”이기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 예로, ②의 경우에는 오렌지 주스, ③을 만들 때는 참치캔에 있는 국물로 불렸지요. 혹시 모를 일이 일어났을 때에는 물이 귀해지니까, 물 이외의 수분으로 불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건조식품은 물로 불린 후 조리하는 재료’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고정관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상식량으로 건조식품을 처음 사용해봤던 사람들은 ‘건조식품은 요리 시간을 절약하기에 안성맞춤’, ‘물로 불리지 않아도 되는구나!’하고 놀라며, 일상의 식탁에서도 건조식품을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평소에 건조식품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면, 서바이벌 능력도 한층 올라갈 것 같습니다.

 

근래 들어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혹시 모를’ 사태는 언제, 누구에게 닥쳐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방재의 측면에서 건조식품이 큰 주목 받고 있는 현상도 이러한 위기감의 표출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항상 맛있게, 혹시 모를 일이 일어났을 때도 맛있게. 여차할 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도 평소 생활에서 건조식품을 더 많이 활용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