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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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지어진 나가노현 호쿠신슈에 위치한 산장. 이 산장에는 무인양품 생활의 양품 연구소 소장인 코이케 이치코씨의 시인인 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언니분이 타계하고 시간이 지나, 이 집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애용하던 가구 중 하나였던 소파가 쿠마모토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는 이전에 이 칼럼란에서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집 자체도 큰 만남을 이뤘답니다.
그녀에 대해 말해주는 듯한 선반
현재 이 산장에는 젊은 여성이 살고 있습니다. 부동산을 통해 중개 받은 것도 아니고, 코이케 씨와 면식이 있던 사이도 아닙니다. 실은 코이케 씨와 친척들은 오래 생각한 끝에 자연에 돌려주자고, 즉 공터로 돌리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이 결정에 대해 몇 명의 친구들에게 전했을 때, “호쿠신슈에 자택을 직접 짓고 있는 젊은 부부가 있어. 그 두 사람의 임시 거처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하고 타진해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집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이어받아주길 바란다고 코이케 씨도 흔쾌히 승낙하였습니다만, 이미 두 사람은 임시 거처를 마련한 후였음이 판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저희 친구 중에 호쿠신슈로 이주하길 열망하는 사람이 있는데요’라고 말을 꺼낸 것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친구를 통해 시작된 이 인연을 코이케 씨는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리하여 만나게 된 ‘이주 열망자’가 현재 주인으로 있는 시바타 나호코 씨입니다. 시바타 씨는 도쿄에서 나고 자랐으며, 줄곧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고물상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구움 과자를 가게에 납품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장차 밭을 가꿔 보리를 기르고, 스스로의 손으로 돌가마를 만들어 빵과 과자를 굽고 싶다고 생각하는 점과, 호쿠신슈에 거주하는 친구가 있는 점에서, 언젠가는 자신도 호쿠신슈에서 살고자 부동산 정보를 모으고는 있었지만 마음에 꼭 드는 정보를 발견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번 산장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가 들려주었고, 바로 마음을 정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우선은 밖에서라도 보고 싶다는 마음에 보러 갔었어요. 전통가옥과는 다른 멋을 풍기는 모습으로, 숲속의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었죠. 고물상에서 일하던 때부터 조금씩 모아온 가구나 가까이 두고 쓰는 물건들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매우 기뻐했던 걸 잊지 않고 있어요.”
코이케 씨의 친척들과도 만나 호쿠신슈 거주가 현실적인 일이 되고, 2019년 5월에는 이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 시간은 코이케 씨와 친척들에게는 물건을 정리하는 마지막 시간대였습니다. 대량의 장서와 여러 서류, 언니가 소중히 여겼던 자잘한 물건들. 도쿄에 가져갈 물건, 처분할 물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물건을 정리하던 중에, 새로운 주인이 될 시바타 씨의 첫 짐들이 도착하였습니다. 그 짐에는 검은 나무와 유리로 만든 묵직하고 커다란 선반이 들어있었습니다. 상점에서 쇼케이스로 썼던 것으로, 구매한 후에 시바타 씨가 직접 고친 곳도 있다고 하는 이 선반을 본 순간, 코이케 씨는 ‘이 집은 더 좋아질 거야!’라고 직감했다고 합니다.
도구로써의 나무의 강점
7월 말, 모든 짐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코이케 씨와 함께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약하였던 고 미츠하시 이쿠요 씨가 설계한 이 집은, 설계 당시에는 최첨단 감각으로 넘쳐났을 터입니다. 그랬던 집도 5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벽으로 쓴 합판도 제법 멋진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시바타 씨가 이제까지 소중히 모아온 도구들이 들어섰습니다. 앞서 말했던 검고 큰 선반은 듬직하게 자리 잡아, 마치 대들보 같은 존재감을 풍기고 있습니다. 서류꽂이와 낡은 목제 제빙기, 커다란 새장, 작은 선반, 할아버지가 애용했던 의자. 사용하여 닳아진 모습이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나무판자 등등. 이 집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보내온 도구들이 무엇 하나 빠짐없이 알맞은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이 집이 빚어내는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부모님과 살던 집은 2세대 주책으로 개축했기 때문에 이런 낡은 물건들이 좀처럼 어울리질 못했어요. 여기로 온 후로 매우 활기가 넘쳐요. 그리고 새삼, 나무라는 소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게 되었어요.” 이 말을 들은 코이케 씨도 “정말이에요. 도구로서의 나무가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어, 인간 생활 그 자체라는 기분이 들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옮겨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여기서 원래부터 살고 있었던 게 아닌지 생각할 정도로 잘 어울리고 있어, 집 자체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는 말이 좀처럼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도구가 이렇게까지 공간을 완성시킬 수 있다니, 신기해지기까지 하던 저는 코이케 씨가 해준 “그건 말이죠, 그녀가 ‘좋아하는 물건’에 일관성이 있어서 그런 걸 거예요. 한평생 사용하고자 하는 기개가 느껴져요.”라고 말을 이해했습니다. 과하게 신경 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중한 만남을 놓치지는 말 것. 물건들이 시바타 씨 그 자체를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지내는 호화
갖고 온 물건들이 자리를 잡고 약 1개월이 지나, 시바타 씨는 구움 과자 납품 일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어 햇빛이 들어오게 하고, 창문을 열어 공기를 갈고, 청소를 하고, 정원을 가꾸고. “물론,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죠. 그러니까 빨리 일을 시작할 수 있게 절차를 밟고 있어요. 그러면서 지금은 그냥 지내고 있죠.” 이렇게 시바타 씨가 하는 말이 무척이나 호화롭게 느껴졌습니다.
호쿠신슈에서 생활을 시작한 후로, 도쿄에서 살 때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결국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었음을 깨닫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선택지가 없는 만큼 불필요한 고민거리가 떨어져 나간 덕분에 하고 싶은 일이 또렷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이룰 힘을 시바타 씨는 본래 지니고 있었죠. 그 힘이 이 땅에 와서 선명하게 나타난 거겠지요.” 코이케 씨의 이러한 말처럼, 다양한 힘이 공명하면서 더욱 강해지고, 더욱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이 사라진 집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문제는, 앞으로의 생활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내어주는 사람도, 이어받는 사람도 모두 기뻐할 수 있는 이러한 만남은 보기 드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많은 힌트가 깃들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촬영: 쿠로사카 아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