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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무 열매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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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칼럼은, 과거에 발신했던 칼럼을 ‘칼럼 아카이브’로써 다시 소개해드립니다.)

나무 열매 찾기

동화 「원숭이와 게의 싸움」에서 게를 괴롭힌 원숭이를 혼내주는 밤. 동요 「도토리 대굴대굴」에서 함께 연못에서 놀다가 ‘역시 산이 그립다’고 우는 바람에 미꾸리를 곤란하게 만들던 도토리 도련님. 이처럼 민화, 동요에는 나무 열매가 자주 등장합니다. 먼 옛날, 신석기 시대부터 식용으로 활용될 정도로 나무 열매는 사람의 삶과 가까운 곳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이 나무 열매를 조명해보았습니다.

 

나무 열매는 견과류

‘나무 열매’는 글자 그대로 ‘나무에 열린 과실’을 의미합니다. 똑같이 나뭇가지에 맺히는 열매라고 해도 감, 복숭아, 버찌 등은 부드러운 과실 부분을 먹기 때문에 나무 열매라는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나무 열매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것은 이른바 견과류입니다. 견과류에 대한 식물학적 정의는 여러 개가 있다고 합니다만, 일상적인 감각으로 말하자면 “나무에 열리는 열매로, 단단한 껍질이 있으면서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참고로, 시판되는 ‘믹스 너트’에 꼭 들어가는 ‘땅콩’은 콩과에 속하는 식물이며, 낙화생이라 하는 또 다른 이름처럼 수분하여 떨어진 후에 땅속에 들어가 열매를 맺기 때문에 식물학 상으로는 견과류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원시인의 칼로리 원천

신석기시대에는 사냥을 하여 먹고 살았다는 인상이 강합니다만, 사실 그 시기 사람들의 식량은 대부분이 식물식이었고, 칼로리의 대부분인 80%를 식물에서 얻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 식물이 밤, 도토리와 같은 견과류와 호두로, 거의 전 지역의 해당 시기 유적 안에서 출토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단순히 채집만 했던 게 아니라, 밤과 호두는 일부러 그 숲을 보호, 관리했으며, 더 나아가서는 부락 주변에 이식하여 유용하게 활용했던 흔적도 발견됩니다. 일본 아오모리 현에 있는 산나이마루야마 유적에는 직경 80cm에 달하는 밤나무로 만든 원기둥 뿌리가 남아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사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호두 맛은 ‘맛있어’

고대 페르시아가 원산지라고 하는 호두는 기원전 7000년에 이미 인류가 식용으로 삼았던 가장 오래된 나무 열매입니다. 그 대표격이 페르시아 호두이고, 일본에서는 쪽가래나무, 히메구루미가 자생하며 당시 원시인이 식용으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 후 1500년 중반에는 다른 종류의 호두가 전래되어왔고, 시대를 뛰어넘어 기근을 대비하기 위한 생명의 나무로써 소중히 다뤄졌습니다.

도호쿠 지방 등에서는 재배를 장려하였던 지방도 있어, 해당 지역의 대부분의 집에는 호두나무가 있었다고 합니다. 가까이에 있는 영양원일 뿐만 아니라, 그 맛도 친숙하여 산리쿠 지방에서는 맛있다는 표현을 ‘호두 맛이 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도토리 햄버그?

어린아이들에게도 친숙한 도토리는 너도밤나무과 참나무속에 해당하는 식물인 상수리나무·떡갈나무·졸참나무·떡갈나무 등의 과실을 모두 칭합니다. 종류에 따라 영양성분이 다소 다르기는 합니다만, 단백질과 지방질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영양가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원시인들은 이 도토리를 빻아 고기와 섞어 ‘요리’를 한 듯, 유적 몇 곳에서 경단 모양, 빵 모양, 햄버그 모양으로 된 탄수화물이 출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도토리를 먹어본 적이 있는 사람을 보기 힘들어졌습니다만, 이와테 현의 향토 음식인 ‘도토리 당고’, ‘도토리 떡’ 등은 아직 건재합니다. 도토리로 만든 술은 나가사키 현, 도토리 현의 도토리 소주, 스페인의 리큐르 ‘리콜 데 벨료타’가 유명합니다. 또, 방목지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이베리코 돼지는 도토리에서 나오는 올레인산이 다량 함유된 산뜻한 감미가 도는 향기로운 비계가 특징적이며, 전 세계의 미식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밤 속껍질과 매니큐어

똑같이 너도밤나무 속이지만 열매가 도토리가 아닌 ‘밤 열매’라고 고유명사로 불리는 게 밤입니다. 전분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가열하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너트보다는 곡물에 더 가까워서 특별히 이름을 얻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 산간부 등에서는 예부터 주식으로 밤을 먹었다고 합니다.

밤으로 만든 과자 중 대표적인 것이 마롱 글라세입니다. 마롱 글라세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알 한 알, 속껍질을 까야 하는데, 이 속껍질에는 탄닌 성분이 들어 있어 손톱이 어두운 보라색으로 물듭니다. 이렇게 물든 손톱을 아름답게 보이고자, 제조에 종사하는 프랑스 여성들이 손톱을 꾸미는 매니큐어를 고안해냈다고 합니다. 현대 네일 아트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밤 속껍질이 있습니다.

 

콜라의 시초가 된 콜라너트

식량으로 먹기 위해 재배하는 게 아닌 진귀한 열매도 있습니다. 구취 예방과 사교 장소에서 즐기는 기호품으로, 여러 번 씹어서 사용하는 ‘콜라너트’가 이에 해당됩니다.

콜라는 아프리카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아욱과 콜라나무속에 해당하는 식물 약 125종을 칭합니다. 이 콜라의 종자는 콜라너트라고 불리며, 잘게 씹으면서 즐기는 기호품으로 사용되었으며, 아프리카 부족 사이에서는 족장이나 손님에게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탄산음료로 유명한 콜라는 원래 콜라너트의 진액을 사용하여 그렇게 이름이 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진액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고, 인공적으로 그 풍미를 모방해 만든 콜라가 많다고 합니다.

 

나무 열매를 먹을 때 사람들은 괜히 자연의 숲을 상상하면서 먹는 경우가 많은 기분이 듭니다. 이는 분명 나무 열매가 어떻게 자랐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한참 전에 어린아이가 바닷속을 헤엄치는 토막 난 생선을 그려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가공된 나무 열매 밖에 본 적이 없는 아이는 어떤 나무 열매를 그릴까요?

가로수로 쓰이는 은행나무, 모밀잣밤나무 등 우리 주변에도 나무 열매는 맺히고 있습니다. 이를 직접 눈으로 보면, 나무 열매가 생명 순환의 결과이면서 시작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열매 맺는 가을이 왔습니다. 나무 열매를 찾으면서 바깥을 돌아다니면 어떨까요?

 

참고도서:

『옛날 일본인은 무엇을 먹었는가』 하라다 노부오(카도카와 소피아 문고)

『너트의 역사』 켄 알바라 저/타구치 미와 역 (하라서방)

『강담사 원예 대백과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