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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몸으로 듣는 소리 –하이퍼 소닉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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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팬으로부터 ‘CD로 듣는 소리는 왠지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하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CD에는 주파수 20KHz 이하의 음까지만 들어가며, 사람의 귀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가청 대역)에 맞춰, 귀에 들리지 않는 음은 제거해둔다고 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효율적인 것 같은 과정인데, 사실 이러한 과정이 ‘공허한 소리’와 연관이 있다고 하면 놀라실 분이 많을까요?

 

하이퍼소닉 이펙트

지구는 다양한 소리로 가득 차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1초 동안 약 2만 회의 공기진동(=20KHz)까지가 한계입니다. 즉, 그보다 높은 진동수(주파수)의 소리는 존재하더라도 소리로 들을 수는 없습니다. 이렇듯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고주파 음을 풍부하게 갖춘 자연이 내는 소리를 ‘하이퍼소닉 사운드’라고 합니다.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이 소리를 저희는 피부를 비롯한 신체로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소리들이 사람의 뇌에 영향을 끼치는 사실은 뇌과학자인 오하시 쓰토무 씨가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소리들이 사람의 정신과 육체에 긍정적인 작용(=하이퍼소닉 이펙트)을 미치는 것도 해명되고 있습니다.

 

숲의 소리

열대우림은 하이퍼소닉 사운드의 보물창고와 같습니다. 우림에서 특수한 마이크를 사용하여 녹음한 공기 진동 주파수 스펙트럼을 살펴보면, 사람의 가청 대역을 훌쩍 뛰어넘은 100KHz 이상의 고주파음으로 넘쳐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소리들은 대부분 경이적으로 많은 벌레와 새의 울음소리, 나무와 바람의 소리입니다. 땅에서 솟아나듯, 나뭇가지가 샤워기라도 된 듯이, 소리가 쏟아져 자연 대합창단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리를 통해 사람의 심신이 치유되는 이유에는 인류의 생명 기원과 관련 있어 보입니다. 아프리카의 삼림지대에서 탄생한 인류는 태어난 후 대부분의 기간을 숲속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한 기억이 유전자에 새겨져, 숲속에 있을 때가 가장 좋은 상태가 되도록 설계되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의 몸은 열대우림과 비슷한 소리에 둘러싸인 환경 속에서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릴랙스를 체감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생물 다양성과 하이퍼소닉 사운드

그렇다고 해서 숲이면 뭐든 좋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양한 나무가 자라나고, 셀 수 없이 많은 벌레, 새, 동물이 살고 있어야 비로소 소리가 풍부하게 구성된다고 합니다. 이는 생물 다양성이 갖춰져야 인간의 쾌적성도 보장받는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열대우림에 맞먹는 생물 다양성은 없더라도, 하이퍼소닉 사운드는 자연이 잘 유지된 숲, 정원에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삼나무, 편백나무만 심은 단일화된 인공 숲에서는 자연에서 나는 하이퍼소닉 사운드를 듣기는 어렵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저희가 여러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숲이나 당산나무를 중심으로 한 당산숲 등에 들어갔을 때 기분이 좋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비롯하여 그곳에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시의 소리

한편, 현대의 도시에서 들려오는 환경음과 CD,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디지털 방송에는 이러한 자연이 만들어낸 초고주파음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고 합니다. CD로 듣는 소리는 공허하게 느껴진다는 감상도 아마 이러한 이유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겠지요. 도시 환경음의 스펙트럼은 열대우림 열대우림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며, 사람의 몸과 마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또, 이렇게 소리 환경이 치우침으로 인해 생활습관병과 정신질환 등의 현대병에 걸릴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들려옵니다. 듣고 보면, 콘크리트 벽으로 자연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차단한 생활을 인간적이라 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근대 도시 문명은 인지하지 못하기는 하지만 몸에는 중요한 소리들을 도외시해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현대인은 눈에 보이지 않거나,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을 비과학적이라 치부하여 버려왔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귀에 들리지 않는 하이퍼소닉 사운드와 같은 존재를 알게 되면, 이제까지 단순하게 기계적으로 구분했던 방식에 대한 의문도 듭니다. 자연계에는 아직 저희가 모르는 것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서는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 그런 소리를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