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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강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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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속담 중에 “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이 있습니다. 음식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만든다, 건강은 음식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먹는 행위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론, 건강한 삶을 보내기 위해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활동입니다. 100년 인생을 보내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앞으로의 시대에 음식의 역할은 더더욱 주목받을 것입니다. 이런 시대의 선구자가 되어 이미 15년도 더 전부터 음식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하며 지역 주민들의 건강관리에 앞장서고 있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지역과 함께

바로 ‘전원 키친’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입니다. 구마모토 시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차를 타고 약 15분 정도 달리면 ‘건강 장수 동네 만들기’를 목표로 설립된 의료와 복지 일체형 복합시설인 ‘미유키 마을’이 나옵니다. 부지 내에 병원과 간호 시설, 케어 하우스 등이 흩어져 있는데, 전원 키친은 그중에서도 ‘웰니스 스퀘어 와라쿠’라는 건물 안에 들어서 있습니다. 이 시설은 지역 주민을 위한 예방치료공간으로 2003년에 오픈한 다기능형 커뮤니티 시설입니다. 레스토랑 외에도 천연온천, 트레이닝 룸, 요가 및 세미나 등의 연수실도 마련되어 있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히 지내기 위한 기능을 한곳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기쁜 식사

전원 키친에서는 구마모토에서 수확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뷔페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구기자 열매를 넣어 만든 현미 한방죽, 무 조림, 렌틸콩 토마토 조림, 시금치 나물, 오크라 깨 무침, 말라바 시금치 으깬 두부 무침, 야채 카레 등, 모두 저농약 · 유기 재배 식재료를 활용해 정성껏 만든 음식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병 때문에 혹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동물성 식품을 먹을 수 없는 사람을 생각하여 매크로바이오틱을 중점에 둔 요리를 먹기 쉬운 형태로 내고 있습니다. 매크로바이오틱이라고 하면 맛이 없을 것 같습니다만, 이곳에서 제공되는 요리는 그러한 편견과 다르게 정말 맛있습니다. 배불리 먹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도 들지 않고, 식후에도 개운하여 몸이 치유되는 것만 같습니다.

 

두 명의 주방장

몸과 마음 모두에 좋은 이 음식을 어떤 사람이 만드는 건지 알고자 말을 걸어본 결과,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미유키 마을’의 총괄 주방장인 야마모토 테루유키 씨와 ‘전원 키친’의 주방장인 히가시지마 마사히코 씨는 생글생글 웃으며 맞이해주셨습니다. 야마모토 씨는 과거 유후인에 위치한 유명 고급 여관 ‘타마노유’에서 총괄 주방장으로 일했었는데, 그 당시에 요리 연구가인 타츠미 요시코 씨에게서 ‘생명의 수프’에 대해 배우기 위해 10년 동안 오이타와 가마쿠라를 오갔다고 합니다. 타마노유에서 퇴직한 후에는 한 달에 4번, 오이타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미유키 마을을 찾아 병원식으로 제공되는 수프 조리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히가시지마 씨는 전원 키친이 개설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국 전통 의학을 배운 명예병원장의 지도를 받아, 현미죽을 비롯하여 하나하나 한방 지식을 고려해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를 오랜 세월 동안 제공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수프

야마모토 씨와 히가시지마 씨는 타츠미 요시코 씨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히가시지마 씨가 미유키 마을 회장, 병원 영양관리사와 함께 타츠미 씨의 집을 찾아가 배움을 구하자, 타츠미 씨가 ‘규슈에서 가마쿠라까지 오는 건 힘들 테니까 유후인에 있는 야마모토 씨에게 배우는 게 나을 거라’고 소개해준 것입니다. 타츠미 씨는 그 자리에서 야마모토 씨에게 전화를 걸어주었고, 히가시지마 씨는 야마모토 씨가 있는 곳을 찾아가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찾아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매주 1회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5년 동안 다니면서 타츠미 씨가 야마모토 씨에게 전수한 수프 비법을 기초부터 배웠습니다.

“정성 들여, 오랜 고민 끝에 완성된 수프, 국물요리는 사람의 생명을 길러냅니다.” 타츠미 씨의 수프에 대한 이러한 철학은 두 주방장을 통해, 지역사회를 위해 마련된 전원 키친에서 실천되고 있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

식당 안에는 ‘신토불이’, ‘땅과 몸은 둘이 아닌 하나. 홀 푸드(한 개 전체)는 대지와 사람이 조화하기 위한 지혜’라고 크게 적혀 있습니다. 홀 푸드란, 통째로 먹는 음식이라는 의미로, 야채는 껍질이나 씨, 이파리, 뿌리까지, 생선은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식재료의 생명을 통째로 먹는 것을 말합니다. 의미를 더 확장시키면 자기 자신의 건강과 똑같이 땅과 숲, 강과 바다의 건강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다음 세대, 또 그 다음 세대까지 광활하고 먼 미래까지 생각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표현하는 말이라고도 합니다.

막 개점했을 때에는 이러한 식사를 쉬이 이해해주는 사람이 적어, 오분도 쌀로 지은 밥을 내어갔더니 ‘흰쌀밥이 먹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밥을 짓는 데 쓴 현미가 5홉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하루에 3kg의 현미로 밥을 짓게 되었으며, ‘현미 한방죽’이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되었습니다. 또, 구마모토 주민들은 단 음식을 좋아하기에 처음에는 조림 요리에도 설탕을 조금 첨가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만, 요즘에는 설탕을 넣지 않아도 ‘이렇게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식당이 있었다니’ 하고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곳은 음식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곳입니다. 음식이 몸을 구성한다는 사실을 의식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히가시지마 씨가 이렇게 바라면서 실천해온 시간만큼, 지역 주민들의 음식에 대한 생각은 확실하게 변화해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음식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먹는 음식에 따라 사람은 건강해집니다.” “수고를 들이는 과정은 생명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입니다.” ──두 주방장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반면에 현재 저희들은 어떨까요? 시간을 절약하거나, 입에 넣었을 때 맛 좋은 음식을 찾으려고 수고를 들이고 있습니다만, 진정한 의미로 먹는다는 행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