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림동. 호두나무 가구들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고, 위로는 턴테이블과 LP, 취향이 가득 묻어있는 물건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곳. 이곳에 살고 있는 무인양품 직원의 집을 소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상품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로컬푸드 MD 권동기 라고 합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먹거리를 찾고, 생산자를 만나고, 단순히 먹거리 찾기 만이 아닌 생산자의 마음, 상품의 배경 등을 많은 분들께 전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우리가 몰랐던 각자 나름의 이념을 가지고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 충분히 좋은 상품이지만 판로가 없어 판매가 어려우셨던 분들,
한해 농사 환경 따라 발생하는 여러 어려움 등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계신데요. 이런 분들과 같이 소개하고, 응원하고, 도움을 드리고 싶은 분들을 찾고,
무인양품 매장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자 합니다.

Q. 이 공간이 동기씨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이 집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우선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요.
첫째. 저는 집에서 요리도 자주 하는 편이고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침실과 부엌이 분리가 되어있었으면 했고,
둘째. 워낙 좋아하는 것들이나 취미가 다양한데다 해보고 싶은 것은 늘 시도하려 하는 편이라 그를 동반한 짐이나 수납공간 등이 수시로 바뀌는 편이에요.
그래서 붙박이 가구 형태의 집보다는 언제든 자유롭게 공간을 바꿀 수 있는 집이었으면 했고,
셋째. 너무 신축 건물보다는 지금 집처럼 세월이 담겨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세 가지 이유로 현재 집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Q. 쉬는 날이나 퇴근 후 집에서 주로 어떤 시간을 보내시나요?
A. 게임을 하거나,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거나,
맛있는 음식에 술도 한잔하고 그러지만 제일 많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음악과 관련된 것들인 거 같아요.
기타를 친다거나, 음악을 듣는 것 같은 거요. 실은 20살 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어서 음악과 관련된 것들(버스킹, 작곡, 악기 연습 등)을 많이 했었거든요.
지금은 취미가 되었지만 여전히 음악은 저에게 정말 특별해요. 특히 요즘은 바이닐에 빠져서 주로 구매한 바이닐을 듣고 있어요.

Q. 특별히 추천하는 음악이 있나요?
A. 음악이라는 것이 개인의 취향이 많이 녹아들어있는 분야이기도 해서 보통은 음악 추천을 할 때 그 사람이 좋아하는 느낌을 물어보고 그에 맞게 추천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다소 어려운 질문이긴 하지만, 몇 가지 추천을 해보자면 최근 제가 생일이라 좋아하는 바이닐을 선물로 받았는데 Quasimoto의 Yessir, Whatever 이란 앨범이에요.
힙합 장르로 혼자 듣기에도 좋지만 집에 지인들이 놀러 왔을 때도 듣기 좋은 앨범이에요.
그리고 한 달 전쯤 펑크에 다시 꽂혀서 많이 듣고 홍보한 디스코 펑크 앨범인데 The S.O.S Band의 S.O.S라는 앨범을 추천하고 싶어요.
앨범 중 특히 4,5번 트랙이요. 또, 제 주변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는데, 그 친구들의 음악도 많이 듣는 편이에요.
실은 제 남자친구도 음악을 하는데 혼자 듣기 아까울 정도로 좋거든요. Soundcloud에 @3rdfloorhotel 검색하시면 들으실 수 있으니까 꼭 한번 들어 보시길 바라요.

Q. 주방에는 커피에 관련된 장비들이 많네요! 평소에 커피와 차를 즐기시는 편인가요?
A. 네! 저는 커피를 무지 좋아합니다. 지친 하루 중 맛있는 커피 한 잔은 행복 그 자체에요.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도 좋지만 집에서 직접 내려 먹는 것도 좋아해요.
특히나 요즘같이 추워진 날이면 집에서 따뜻한 라떼를 자주 마시는데, 라떼 아트가 이쁘게 완성된 걸 보면 정말 기분이 좋거든요.
그리고 저는 무인양품 강남점, 타임점, 잠실점의 Eat-in의 신규 음료 개발이라든지 커피 품질 관리 업무도 맡고 있어요.
무인양품 Eat-in 은 무인양품 매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커피를 드실 수 있도록 제공하는 공간인데요.
맛있는 커피와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 원두나 원재료 선택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매달 직접 직원들의 커피 교육도 진행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 삶에서 커피가 빠진다는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답니다.
그리고 심신을 가다듬고 싶은 날엔 조용히 차를 내려 마시는데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차를 마시며 사색에 잠기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생각 정리가 돼서 좋더라구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차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Q. 집에 들어오면 캐비닛이 눈에 띄네요! 많은 가구들 중 캐비닛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고양이와 함께 생활을 하다 보니 저희 집은 아무래도 털이 날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그중 털에 민감한 각종 음악 관련 장비들을 보관하려면 먼지나 털에 신경 쓰지 않고 수납할 수 있는 가구가 필요했는데,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무인양품 캐비닛이 너무 좋겠더라고요. 장비 외에도 음악과 관련된 공간으로 섹션을 정해 캐비닛을 사용 중인데,
바이닐이나 씨디, 테이프 등 자주 꺼내야 하는 것들도 손쉽게 꺼내고 닫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방을 들어오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호두나무 유리도어 캐비닛인데,
유리도어 캐비닛의 경우 내부가 다 보이기 때문에 공간이 좁아 보이지도 않고 잘 정리해서 넣어두면 진열장처럼 보기에도 좋아서 아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답니다.

Q. 호두나무 가구를 선호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A. 저는 어둡거나 차분한 색상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입는 옷들만 봐도 네이비 컬러와 같이 채도가 낮은 것들이 많은데요.
집 역시 따뜻하면서 포근한 느낌을 주는 컬러가 있는 것을 참 좋아해요. 이런 제 취향에 호두나무는 아주 제격인 셈이죠.
특히 저희 집 구조상 햇살이 쨍하게 들지 않는다는 점과, 집 조명의 주황빛 컬러와의 조합에서도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Q. 집 안 곳곳에 동기씨의 사진이 많네요.(웃음)
A. 사실 그렇게 많진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둘러보니 많아서 조금 민망하네요. (웃음)
저는 고향이 포항인데 서울에서 생활한지 현재 5년 차가 되어가고 있어요.
처음 서울을 와서 살게 된 집이 지금 집이고, 처음 1년 동안은 이 집에 대한 정이 정말 없었어요.
내 집 같지 않고 언젠간 떠날 것만 같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어느 정도 서울 생활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생길 때쯤 잊고 있던 저를 다시 떠올려봤어요.
저는 정말 저를 사랑하는 사람(자기애가 강한 사람)인데, 집에는 그런 제 모습이 전혀 담겨있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필름 카메라를 현상할 때면 제 사진을 인화해서 걸어보고,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포스터, 좋았던 전시 포스터 등을 벽에 마음대로 부착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벽에 걸려있는 제 사진만 무려 4개로 늘어 나버렸지만요.(웃음) 사실 부엌에 대문짝만 하게 걸어둔 사진은 2020년도 티셔츠 프로모션 때 촬영한 사진인데,
직원들 사진을 인화해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어요. 전시가 끝난 후 철수한 사진을 받았는데 마음에 들기도 했고 버리기도 그래서 바로 부엌에 걸어버렸죠!

Q. 마지막으로 이 집은 동기씨에게 어떤 의미이고,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나요?
A. 이 집은 저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웠고 외롭고 힘든 시기를 견뎌낸 곳이기도 해요.
제 삶의 애환이 담긴 곳이랄까요. 그냥 허투루 놓여있는 것 같아 보이는 작은 것들에도 나름의 사연이 담겨있기 때문에 집을 쭉 둘러보면 “아, 이때 이랬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나 제가 나중에 이 집을 떠나게 된다면 눈물을 펑펑 쏟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그때 마다의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 공간을 ‘나’로 가득 채우고 싶어요.
누가 봐도 “권동기네 집이구나!” 하도록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