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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어서어서

각기 다른 시선으로 서가를 구성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책방’. 대형서점과는 다른 동네 책방의 매력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어서어서> 양상규 대표님을 만났다. 경주에서 나고 자란 양상규 대표님은 경주를 찾는 이에게 다정한 안내자가 되기도, 책의 취향을 묻고 찾아주는 책방지기가 되기도 한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서점. 우연히 만난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 누군가에게 영원히 추억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오늘도 서가를 정리한다.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것들로>

<어서어서>는 책방지기의 취향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이다. 평소 시와 소설을 좋아해 문학전문서점을 지향하며 서점의 모든 도서를 직접 선별한다.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지만 이곳에는 참고서, 경제 서적과 같은 도서를 찾기 힘들다.

처음엔 거창한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식당을 운영하며 브레이크타임 동안 갖고 있던 책을 내놓고 판매하던 것이 <어서어서>의 초기 형태였다.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식당 복귀가 늦어지는 일이 잦아 양자택일이 필요한 순간이 왔다. 그렇게 나는 지금의 <어서어서>를 선택했다.

 

 

책방의 문을 열 때까지만 해도 거리에 가게가 많지 않았다. 그런 거리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 시작했다. 그러다 2017년 이후 미디어에 경주가 등장하게 되고, 코로나 시기에 국내 여행지로 주목받은 덕에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지금도 그 당시 생긴 단독 펜션과 한옥 독채가 많다. 동네가 뜨다 보니 사람이 모이고, <어서어서>를 통해 지역의 책방을 경험하는 이들이 생기게 되면서 그들에게 경주를 소개하거나 책이라는 관심사 아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어서>라는 두 번째 공간을 운영하며 책을 보는 사람, 공간을 향유하는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 음료 및 다과를 즐기는 사람과 다양한 감정들을 연결하고 있다.

 

“서울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흥미와 관심사로 모여든다. 하지만 지역의 작은 도시에서는 무언가를 할 때 ‘사람이 모이긴 할까?’ 걱정부터 앞선다. 그만큼 소비층도, 모집력도 다르다.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가게가 되어야 한다. 지역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항상 지역에 오래 있는 사람은 지역에 녹아 있다고 말하곤 한다.”

 

<작지만 단단하게 잘 지내요, 로플 매거진>

올해로 5호를 발간한 로플 매거진은 작지만 단단하게, 잘 지내는 사람을 조명한다. 지역에서 자기 분야로 5년 이상 운영하는 젊은 노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만큼 버티고 잘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널리 알리고 싶다.

 

사실 경주의 이야기를 담은 작은 읽을거리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 로플 매거진의 시작이다. 글 쓰는 재주가 없어 지금의 로플 편집장님을 만나 의기투합하여 페이퍼를 만들게 되었다. 만들다 보니 욕심이 나고, 구성이 많아져 한 장의 페이퍼에 담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지금의 매거진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편집장님과 함께 ‘적자가 나도 매거진이라는 정체성과 연속성을 위해 10호까지는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 친한 대표님이 디자인을 해주셨고, 나는 사진을 찍고, 편집장님은 인터뷰하고 글을 쓴다.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시작한 일이라 지속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영업자를 인터뷰하고 있는 나 역시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사랑하는 지역에서 해내는 그들은 자기 분야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눈빛이 빛난다. 사진을 찍는 나는 그 눈빛을 담아내고자 하고, 편집장님은 빛나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도록 글을 쓴다. 1인 1호 인터뷰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에서 파생된 꼭지로 시 혹은 에세이, 사진을 구성한다. 한 사람을 디깅한다는 점에서 로플 매거진은 참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편집장님은 대구가 고향이지만 일찍부터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케이스다. 다시 돌아온 고향에 아늑함과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지역 소도시의 청소년이라면 으레 그렇듯 나도 늘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나가고 싶었다. 대학 입학으로 잠시 떠났다가 다시 마주한 경주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었다. 편집장님과 나의 이런 배경으로 ‘서울이 아니어도 괜찮아’라는 슬로건이 나올 수 있었다. 서울이 아니어도 지역에서 단단하게 잘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로플 매거진>에 담고 싶었다.”

 

앞으로는 대전, 춘천, 강릉, 제주도 등 전국 곳곳에서 단단하게 잘 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매거진’이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나의 주변 사람 이야기도 담길 수 있겠다.’는 친밀한 생각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독자와 활발하게 소통하고,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매거진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지역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 지역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모여 다양한 가게가 생겨나고 거리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사람들이 살고 싶은, 살만한 지역이 된다. “

 

경주에선 사계절 모두 사색의 계절이라 할 만큼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책을 읽고 생각에 잠길 수 있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할 때마다 꼭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곤 한다. 내가 사랑하는 경주의 아름다움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경주에 오고 싶어지고, 더 나아가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무인양품 커뮤니티팀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어서어서 양상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