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MUJI】 기간 한정 북 큐레이션 「번역가의 책장」
22.04.01 - 05.01
「번역가의 책장」
기간 한정 큐레이션
2022.04.01 – 2022.05.01
MUJI Gangnam flagship store 4F
기획 : 무인양품 강남점 커뮤니티 매니저
도움 : 반비(민음사)
인류는 오랜 시간 종이와 문자를 이용하여 사건과 역사, 사상과 생각 등을 기록해 왔습니다.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책’이라는 형태로 남아 있으며 이는 아직까지도 전 인류에 걸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휘발되는 음성의 언어와 다르게 기록된 글은 시간, 공간을 횡단하며 대화의 물리적인 경계를 허물며 존재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이 보편화되어 음성의 기록까지 가능해진 현대에도 책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책’에서 가장 드러나는 이는 작가입니다. 더불어 현대에는 등단이라는 개념이 점차 희미해지고 누구나 쉽게 쓰고 쉽게 읽을 수 있게 되어 작가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작가들이 등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고 읽히기까지는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습니다. 무인양품 강남점에서는 ‘책’이 가진 여러 면을 조명하며 살펴보고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책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특정 주제로 기간 한정 큐레이션을 정기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로 ‘번역가의 책장’을 진행합니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재료가 되는 언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그저 종이와 잉크일 뿐입니다. 게다가 언어란 문화권과 겹쳐지며 오랜 시간 존재해왔기 때문에 같은 뜻을 가진 단어나 문장일지라도 다른 식으로 해석되거나 본래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기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대신 허물어 주는 이가 바로 ‘번역가’입니다. 원작자 특유의 농담이나 분위기, 글의 어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읽는 이에게는 일종의 오해나 오류가 생기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보고, 듣고, 읽고 전달하는 전달자는 그 누구보다 넓고 깊게 이해해야 합니다.
외서를 많이 읽는 이들에게는 특정 번역가의 번역서를 골라서 읽는다든지, 외서 번역 작업을 요청해야 하는 출판사에서는 원작에 가장 잘 맞는 번역가를 선정한다든지, 번역에 공을 기울이는 일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드문 일이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번역 작업 외에도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통해 이야기를 보고, 듣고, 읽고 전하는 전달자 김현우의 「타인을 듣는 시간」과 여러 번역서를 중심으로 큐레이션을 구성하였습니다. 이번 「번역가의 책장」에서는 이외에도 김현우 작가가 다큐멘터리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노트, 카메라 등 직접 사용하는 기록 도구를 전시하였습니다. [글: 이경근]
『타인을 듣는 시간』
지은이 김현우
출판 반비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이자 번역가인 김현우는 공장 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학교폭력 가해자 그리고 흔적으로 남은 고생물까지, 여러 타자를 마주하고 이야기를 듣고 나아가 그것을 다큐멘터리로 전합니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고무 농장, 슬로바키아의 신발 공장, 홍콩발 컨테이너선, 호주의 광산 도시, 미국의 자폐인 공동주택 등 타인들의 ‘현장’으로 찾아갑니다. 숙고 끝에 질문을 던지며 때론 대화를 이어 가는 데 실패하고 때론 예상치 못한 깊은 이야기를 대하면서 온몸으로 타인의 세계에 부딪고자 합니다. 한편 “내 바깥의 세계를 묘사하는 언어”로 쓰인 논픽션을 틈틈이 읽어 나갑니다. 다른 세계에서 만들어진 글을 우리말로 옮기기도 합니다.
「타인을 듣는 시간」은 그렇게 사람들, 장소들, 텍스트들 사이를 부지런히 옮겨 가며 건져 올린 질문과 깨달음의 기록입니다. 시간이 쌓이면서 만들어진 몸의 감각과 몸의 경험을 말합니다. 무엇보다 경청의 기록입니다. 그는 ‘나’와 타인의 다름을, 서로 다른 경험의 한계와 감정이입의 한계와 언어의 한계를 인정하고 발견합니다. 쉽게 ‘당신을 안다’거나‘이해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차이의 디테일을 하나라도 찾기 위해, 이해의 영역을 한 뼘이라도 늘리기 위해 질문하고, 성찰하고, 기록합니다.
이 사진들과 문장들은 김현우가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타인들과 만난 순간들을 담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말로 전하는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집중’밖에 없”는 선물 같은 순간도 있습니다. 텍스트는 이미지의 캡션 역할을 하지 않고, 이미지가 텍스트의 내용을 예시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텍스트든 이미지든 혹은 음악이든 언제나 경험 자체보다는 작을 수밖에 없”는 언어를 매개로 경험을 전할 때, 그 과정에서 깎여 나가는 “경험의 총량”을 줄이려는 시도입니다. 한계를 안고도 전하려는 노력이며, 때로 맞닿아 있고 때로 비껴나 있는 두 가지 이야기입니다.
Open MUJI 는 무인양품이 생각하는 것을 제안하고 고객과 함께 생각하고 대화하며 활동하는 공간입니다. 무인양품의 공식 SNS와 MUJI passport 어플리케이션의 ‘From MUJI’ 에서 소식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제안 및 요청은 언제든지 받고 있습니다.
Open MUJI
– 커뮤니티 매니저 곽필영 (총괄, 신촌점 커뮤니티 담당) / pykwak@mujikorea.co.kr
– 커뮤니티 매니저 이경근 (강남점 커뮤니티 담당, 도서 큐레이션) / gglee@mujikorea.co.kr
– 커뮤니티 매니저 홍보림 (타임점 커뮤니티 담당) / brhong@muji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