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칼럼] 무인양품의 BGM을 찾아서 – 음악가에게 상냥한 도시, 프라하

게시:

sound_120208_img01  

모차르트의 일생을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를 프라하에서 촬영했다는 사실을 익히 아시는 분도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아마데우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밀로스 포만 감독은 체코 슬로바키아 태생으로, 프라하 국립 연극영화 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원래 영화의 무대는 비엔나이지만, 프라하의 거리는 모차르트가 태어난 18세기 후반의 비엔나와 같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에 포만 감독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거리, 프라하에서 아마데우스를 촬영했습니다.

 

 

sound_120208_img02

앤티크 악기점

 

영화 주인공인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나 비엔나에서 비극적인 생을 끝냈습니다. 빈에서는 그가 어디에 묻혔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대접을 받았습니다만, 그의 죽음을 알게 된 프라하 시민은 친구를 잃은 것처럼 슬퍼하며 성대한 미사를 열었습니다. 생전, 불우했던 모차르트를 따뜻하게 맞이하며 지원했던 이들도 프라하 귀족들이었습니다. 또한 보헤미안 음악을 세계에 널리 알린 작곡가 드보르작, 체코 민요를 도입해 슬라브적인 작품을 많이 남긴 「나의 조국」의 작곡가 스메타나 등을 사랑하고 지원한 이들 또한 프라하의 시민들이었습니다. 드보르작이 임종을 맞이한 후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연주하며 추모를 할 정도였습니다. 프라하 시민들이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음악가에 대한 이해, 존경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sound_120208_img03

유리로 제작된 인형 오케스트라

 

 

클래식은 일상음악

 

BGM15의 제작을 위해 프라하를 조사하고 있던 도중 알게 된 것은 프라하 시민들에게 음악은 곧 클래식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음악가와 작품을 사랑하고 지원하는 뛰어난 감수성을 가졌으며, 음악은 함께 즐기고 만드는 것이라는 그들의 생각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음악이 생활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양에 서양음악이 도입되어 퍼진지는 불과 100년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클래식은 외국 문물이기에 받아들이는 형태로 접하는 것이 일반적이 될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동양에서도 클래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시대로 변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sound_120208_img04

자스타프카 마을의 작은 교회
 

 

sound_120208_img05

이 교회에는 종교화와 함께 악보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프라하로부터 남쪽으로 200km 정도 떨어진 자스타프카 마을의 작은 교회 내부 벽면에는 종교화와 함께 걸려 있는 찬송가의 악보.

 

 

sound_120208_img06

Galerie Rudolfinum(예술가의 집)홀

 

Galerie Rudolfinum(예술가의 집) 콘서트 홀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대의 ‘프라하 국민 가극장 부속 오케스트라’가 전신으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체코·필하모닉의 본고장입니다. 프라하의 봄 음악제로도 유명한 장소로 뛰어난 연주가들이 많이 배출되는 학교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sound_120208_img07
내부 스테이지

 

체코·바로크

 

풍요로운 음악 역사를 가지고 있는 프라하의 꾸밈없는 모습을 BGM으로 수록하고 싶어졌습니다. 이를 위해 바로크까지 거슬러 올라가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사운드 프로듀서 이지 로한 씨에게 상담해 보니, 그 또한 크게 공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바로크 시대의 체코는 1620년의 「백산 전쟁」에서 신교회에 패배해, 많은 체코 음악가가 국외로 떠나버렸기에 체코 음악 역사의 공백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미후나, 베츠바노프스키, 젤렌카, 세르노호르스키, 브릭시 등 뛰어난 체코 음악가가 많이 나왔다는 것을 이지 씨가 알려주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체코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J.D. 젤렌카(JAN DISMAS ZELENKA)와 A.V.미후나(Adam Vaclav MICHNA)가 바로 이 시기의 인물입니다. 이지 씨와 상의 끝에, BGM15에는 이 위대한 체코·바로크 시대의 작곡가 두 인물을 중심으로 작품을 다루기로 하였습니다.

 

sound_120208_img08
스트라호프 수도원 「학문의 사이」도서관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 곳에 비치된 서적에서 작품을 고른 것은 아닙니다.

 

이를 시작으로, 도서관에서 체코·바로크 시대의 음악 중 체코스러운 뛰어난 악보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체코 필하모니, 체코필하모닉 콜레기움 등 수많은 일류 악단과 앙상블에게 작품을 제공하고 있는 작곡가이자 편곡가 토마스 레이 씨에게 편곡을 부탁했습니다. 또한 현재 프라하 예술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작곡가, 지휘자, 클라리넷 주자로서 활약하는 체코·바로크의 권위자, 루카스 마토슈크(Lukáš  Matousek)씨에게 감수와 사운드 체크를 부탁하며 프로젝트를 진행시켰습니다.

 

음악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

sound_120208_img09
악보와 연주를 확인하는 루카스 마토슈크씨(왼쪽)
 

이번에 체코에서는 필자가 일본에서 느꼈던 것 이상의 체험을 했습니다. 그것은 프라하 거리 그 자체가 콘서트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리 곳곳에서 클래식음악(Western Music)이 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며, 이는 역사와 함께 지금까지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녹음에 모인 연주가 모두와 편곡가, 감수가 모든 사람들이 음악적으로 정말 뛰어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지만, 제가 일본에서 느꼈던 음악가에 대한 인상은 음악가가 하나의 ‘직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음악가다. 이제 슬슬 연주를 해 볼까?’ 같은 인상이었습니다만, 체코의 음악가들은 힘을 주거나 꾸밈 없이, 자연스럽게 몸 안의 음악이 호흡처럼 흘러나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었습니다. 스튜디오 작업도 일상의 시간들이 흐르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차례로 아름다운 선율이 녹음되었습니다. 그것은 스튜디오 작업이라기 보다는 숲 속에서 바람에 실려온 음률을 수채화로 스케치 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레코딩 중에는 이지씨와 루카스씨가 한 곡을 수록 할 때마다 “어때요?” 하는 듯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체코의 풍경이 그대로 음으로 표현되고 있는, 상상 이상의 음악의 풍요로움에 그저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래 동영상을 클릭하시면 슬라이드 쇼와 함께 음악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이 슬라이드 쇼는 MUJI BGM을 소개하기 위해 주식회사 양품기획이 제작·공개한 것입니다.

저작권은 (주)양품계획에 속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즐기는 용도 외에 사용 및 배포는 금지합니다.

 

[무인양품의 BGM을 찾아서]

[BGM5] 카리브해 푸에르토리코

[BGM3] 지중해의 십자로 시칠리아섬

[BGM9] 칸초네 나폴리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