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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과학으로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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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한 이미지가 강하고, 유머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느껴지지요. 이 난해한 과학의 세계와 유머를 접목시켜, 새로운 화학반응을 일으킨 것이 노벨상의 패러디로 잘 알려진 ‘이그노벨상’입니다. 그다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국도 세 명의 국내 수상자가 있지요. 수상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 영국, 일본 순이라고 하네요.
이번에는 유머와 위트가 있으면서 약간의 풍자가 섞인 이 이벤트에 초점을 맞춰보았습니다.

 

또 하나의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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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시작된 것이 바로 노벨상(Nobel Prize)입니다. 이 상은 물리학, 화학, 생리학, 문학, 평화, 경제학 분야에서 인류에 크게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됩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수상자 발표는 10월 초에 이루어집니다만, 그보다 한 달 전인 9월 중순에 노벨상의 권위를 비웃는 듯한 특이한 상이 발표됩니다. 이것이 이그노벨상인데요, 이그노벨상이란 ‘Ignoble(불명예스러운)’이라는 영어 단어와 Nobel의 이름을 합친, 말장난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직역하면 ‘부끄러운 노벨상’쯤 되겠지요?

 

웃음의 정신
이그노벨상에는 선정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들을 웃게 하며, 생각하게 하는 연구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웃음의 정신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이 하버드 대학의 샌더스 극장에서 개최되는 수상식입니다. 노벨상은 식을 거행하기 전에 스웨덴 왕실에 경의를 표하는데요, 이그노벨상은 스웨덴 스타일의 미트볼에 경의를 표하며 장난스럽게 식을 시작합니다.
또,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스피치 시간은 단 60초입니다. 스피치 할 때는 의무적으로 사람들을 웃겨야 하며, 제한시간을 넘으면 인형 탈을 쓴 8세 정도의 ‘미스 스위티 푸’라는 소녀가 등장해 ‘이제 그만해, 지겨워!’라고 외치면서 스피치를 중단시킨다고 합니다.
수상식 중간에 관객석에서 날아오는 종이비행기를 마대걸리로 정리하는 사람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하버드 대학의 교수라고 하네요. 아무튼, 스톡홀롬의 콘서트 홀에서 이루어지는 장엄함 노벨상 수상식과는 다르게 흥겨움이 넘쳐흐르는 소란스러운 축제 같은 수상식입니다.

 

진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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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상은 단순한 장난은 아닙니다. 수상자는 대부분 훌륭한 연구를 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입니다. 예를 들면, 2014년 ‘인간이 바나나 껍질을 밟으면 왜 미끄러질까?’라는 연구로 물리학상을 수상한 기타자토 대학 교수인 마부치 키요시 또한 엄연히 인공관절의 연구자입니다.
논문을 집필하던 중, 인공 관절이 얼마나 부드러운지를 ‘바나나 껍질이 미끄러지는 정도’에 비유해 보다 문득 ‘왜 바나나 껍질은 미끄러지지?’라는 의문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알아보니 어디에도 그럴싸한 논문이나 문헌이 없어 직접 확인하기 위해 연구한 결과, 이그노벨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유머라는 양념

2009년에 ‘팬더 똥에서 채취한 세균을 사용한 쓰레기 처리 연구’에서 생물학상을 수상한 故 다구치 후미아키 또한 바이러스를 연구하던 학자였습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을 조금이라도 연구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부업으로 생활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연구를 시작했으며 이것이 이그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졌습니다. 타구치가 생전에 집필한 ‘이과를 좋아하는 어린이 광장’이라는 책 안에서 축제처럼 떠들썩한 시상식에 참가했던 소감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일-연구에는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인생을 즐기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1)라고 말이지요. 또, 앞서 말씀드린 마부치 또한 가나가와 신문의 뉴스 사이트의 인터뷰에서 이그노벨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습니다. ‘노벨상과는 다르게 웃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수상자의 연구는) 왜 이런 연구를 열심히 하려고 마음먹었는가?라고 느껴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곳에는 과학의 깊이가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 연구를 유머로 감싸안아, 더욱 친숙하게 만들어주는 이그노벨상에는 빛을 보지 못하는 분야의 연구를 우직하게 몰두하는 과학자들에게 빛을 비추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매사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딱딱해지기 쉬운 분야에 유머라는 양념을 뿌려서 그 맛이 풍부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지한 과학을 웃음으로 바꾸는 이그노벨상. 그 위트넘치는 고급스러운 장난 속에는, 마치 우리의 일상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힌트가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일상 속에서 어떤 ‘즐거움’을 소중히 생각하고 계신가요?

 
※1「이과가 좋은 어린이 광장 제 67화」에서 인용
http://www.rikasuki.jp/rika_no67/rika_no67.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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