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간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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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러, 2016년이 지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아, 또 한 살 더 먹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다음에는 「해가 지날수록 시간이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지요.
정말 시간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는 걸까요?
1년의 시작을 “시간의 흐름”에 대해 생각하며 맞이해볼까 합니다.
폴 자네의 법칙
시간은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이 흐르고 있습니다. 파리와 뉴욕, 서울의 시계도 시차는 있지만 1초의 길이는 같습니다. 장소와 사람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요※. 하지만 시간이 다르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몇 분은 화가 날 정도로 길게 느껴지는데, 놀이에 열중하고 있던 몇 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갑니다.
어린 시절에는 시간은 더 천천히 흘렀던 것 같습니다. 특히 초등학생 시절, 여름 방학이 끝나고 시작되는 2학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19세기에 이런 현상에 대해 생각한 사람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폴 자네(Paul Alexandre René Janet)입니다. 그는 같은 1년이란 시간을 어린아이는 길게 느끼고, 성인들은 짧게 느끼는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했습니다. 5살짜리 아이에게 1년은 인생의 5분의 1입니다. 하지만 50살이 된 성인에게 1년은 인생의 50분의 1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5살짜리 아이는 50세의 성인에 비해 1년을 길게 느끼게 되지요. 살아온 순간이 길어질수록 1년의 비중이 작아지고, 짧게 느껴진다는 이 가설을 「자네의 법칙」이라 부릅니다.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코끼리처럼 큰 동물과 쥐처럼 작은 동물은 같은 시간을 살고 있을까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생물학자 모토카와 타츠오의 저서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예로부터 여러 사람이 「몸의 크기와 시간 사이에 있는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쥐, 고양이, 개, 말, 코끼리의 심장이 쿵쿵 뛰는 시간의 간격을 재어보고 각 동물의 체중과 시간과의 관계를 찾아본 결과, 동물의 시간은 체중의 1/4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쥐는 코끼리에 비해 빨리 움직이기에 수명도 짧고 빨리 죽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쥐가 느끼는 1일은 코끼리가 느끼는 1일보다 훨씬 길기에, 일생을 생각해보면 결국 코끼리와 쥐는 결국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로 생각해보자면, 몸이 작은 어린아이는 큰 성인보다 시간을 길게 느끼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1년을 길게 느꼈었던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시간을 멈추다
미국의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Ray Douglas Bradbury)의 소설 「민들레 술」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 더글라스의 친구 존이 아버지의 전근으로 이사를 하게 된 날, 두 소년은 남겨진 짧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밖에서 놀았습니다. 평소처럼 동네를 누비며 놀다, 더글라스가 문득 존을 불러 세웠습니다. 「뛰면 시간도 달릴 거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 뒤 두 소년은 건초에 숨어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고,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냅니다.
「모든 것을 천천히 흘러가게 하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어떤 것도 바라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거야.」라고 생각한 두 사람은 남은 마지막 하루를, 시간의 흐름을 멈추기 위해 노는 것도 멈추고 앉은 채로 가만히 있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일이든, 노는 것이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으면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갑니다. 문득 정신 차리면 「벌써 이 시간이야?」라고 느끼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아이였을 때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집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어른의 1년은 짧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막을 내린 지난 한 해,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나요? 짧게 느껴지는 1년이었나요, 길게 느껴지는 1년이었나요?
2017년을 시작하는 오늘, 괜찮으시다면 여러분의 의견과 감상을 들려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