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름을 시원하게 ─ 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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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칼럼은, 과거에 발신했던 칼럼을 ‘칼럼 아카이브’로써 다시 소개해드립니다.)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 더위로 식욕이 없을 때에는 차갑게 식힌 소면이 나설 때입니다. 담백하고 목넘김이 좋을 뿐만 아니라 영양적으로 보아도 꽤 뛰어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일본 여름의 대표 식재료, 소면에 대해 고찰해봅니다.
소면의 영양소
사전의 설명에 의하면 소면이라는 것은 「밀가루에 식염수를 더한 것으로 여기에 식용유를 발라 가늘게 펴서 햇빛에 말린 식품 」 목 넘김이 좋은데다 하얗고 가늘어서 담백하 식품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글루텐이라고 불리는 식물성 담백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면과 칠석
밀가루에 소금을 더해 만든 면에 대해서는 헤이안 시대 궁중 의식이나 제작법을 집대성한 법전인 『연희식(延喜式)』에도 기술되어 있습니다. 사쿠베이(索餅, 중국에서 들여온 새끼줄 모양의 튀김 과자)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이것은, 나라시대에 당나라에서 도래하여 소면의 시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연희식에서는 음력 7월 7일 칠석 때 사쿠베이를 공물로 바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습관은 에도시대가 되면 서민층에도 보급되게 됩니다. 「칠석에 소면」인 이유는, 소면을 은하수나 베짜는 실과 같은 모양으로 보았기 때문이라는 설, 여름에 영양가 높은 소면을 먹어 건강증진을 도모했다는 설, 밀가루 수확을 신에게 알리기 위함이라는 설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어쨌든 천년 전 부터 소면이 궁중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식품이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소면과 히야무기
※히야무기는 소면보다 조금 두꺼운 국수 종류.
소면과 히야무기는 면의 두께로 구별됩니다. JAS(일본농림규격)에 의하면 두께 1.3mm 미만은 소면, 이상은 히야무기로 분류 됩니다. 다만 이것은 기계로 뽑은 면의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수타면의 경우 두께 1.7mm 미만이면 소면이나 히야무기, 어느쪽으로 표기해도 무방합니다.
소면과 물의 관계
제조에서 조리까지, 소면과 물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좋은 물이 없다면, 소면도 없다」라고 얘기할 정도로 옛부터 유명한 산지는 반드시 좋은 물이 풍족한 곳이었습니다.
숙성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수분. 수타 소면은 겨울에 만들지만, 장마철이 지날 때 까지 숙성하여 풍미와 식감을 더합니다. 이것은 소면의 고온 발효에 의한 것입니다. 고온 다습한 시기에 저장고에 둔 소면은, 면 자체에 포함된 수분이나 빨아들인 습기에서 열을 발생 시킵니다. 이 때 효소가 활발하게 활동하여 지방질·단백질·녹말을 미묘하게 변화시키고, 그 결과 기름기가 빠지고 풍미가 더해지면서 심지도 강해집니다.
소면의 장마철 지내기
소면은 장마철을 몇 번 지내는지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바뀝니다. 『하츠모노(新物)』은 4월까지 만들어서 장마를 1회 지내고 반년 이상 숙성시킨 것. 『히네모노(古物)』는 하츠모노를 1년 이상 숙성시켜, 장마를 두 번 넘긴 것. 히네모노를 1년 더 숙성시켜 장마를 세 번 넘긴 것은 『오오히네모노(大古物)』라고 부릅니다.
숙성시키는 편이 더 맛있어진다고 하지만, 그것은 온·습도가 잘 관리되는 저장고에 두었을 때의 이야기 입니다. 가정에서는 하츠모노라도 개봉한 뒤에 가능한 한 빨리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보존하는 방법은 온·습도가 높은 곳을 피하고, 냄새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장품이나 비누 가까운 곳은 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소면의 쯔유
소면의 쯔유는 육수와 미림, 간장, 물로 만드는 것으로 육수의 재료는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육수의 재료를 무엇으로 하던, 여기서도 물이 중요한 포인트. 육수의 맛을 충분히 내기 위해 연수의 미네랄 워터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경수에서는 맛의 기초가 되는 아미노산이나 핵산계열 물질이 거품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
시판되는 육수를 사용할 때도 냄새가 나지 않는 연수의 미네랄 워터를 사용하여 보다 더 맛있어집니다.
어쨋든 중요한 것은, 쯔유 자체의 맛 보다도 소면과의 조화입니다. 증정용으로 소면에 붙여 판매되는 쯔유는 소면과의 조화를 생각해서 소면의 메이커가 추천하는 경우가 많으며, 소면 산지(産地)에서의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 여름은 각지의 소면을 맛보면서 식탁을 통한 전국 여행을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