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야외 생활 –매실 장아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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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끝자락에 접어들며 여름방학 마지막 외출을 하신 분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요즘은 밖에 놀러 가서도 편의점에 들어가면 뭐든 구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놀러 갈 때는 ‘점심’을 직접 준비했었습니다. 그리고 여름에는 특히, 준비해 간 음식이 상하지 않게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런 시기에 활약한 음식이 ‘하루 액막이’라고 불리기도 한 매실 장아찌입니다. 이번에는 매실 장아찌의 매력을 찾아 옛사람들의 지혜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시큼한 힘
매실 장아찌라고 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시다!”라는 감각을 떠올릴 것입니다.
매실 장아찌를 한입 먹으면(어쩔 때는 매실 장아찌를 생각하기만 해도), 침이 분비됩니다. 이는 매실 장아찌의 성분 중 하나인 구연산의 산미가 침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입니다. 침은 입안 점막을 보호하고 살균시키며, 당분을 분해시키고,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 능력을 높여주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침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음식이 매실 장아찌입니다.
한편, 구연산을 비롯해 매실 장아찌에 들어있는 다른 성분들도 여러 역할을 하며 신체를 서포트한다고 합니다. 매실 장아찌를 먹으면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고 옛날부터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매실 장아찌를 도시락밥 한가운데에 넣거나, 주먹밥 재료로 쓰는 것도 매실 장아찌의 살균효과를 이용하기 위한 겁니다. 또, 피로 회복, 동맥경화 예방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말이 있고, 최근에는 연구를 통해 헬리코박터 균 발생을 억제시켜 위암 예방 효과도 있다는 사실 등이 밝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매실 장아찌와 조미 매실 장아찌
매실 장아찌의 또 다른 특징은 장기 보존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잘 익은 매실을 소금에 절여두었다가 장마가 끝난 후 햇볕에 말리는 전통적인 제조법으로 만든 매실 장아찌는, 염분이 20% 전후로 오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매실 장아찌는 보관에 적합한 토광 같은 환경에 두고 지내면 100년 전 담아둔 것도 먹을 수 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금에 절여 말린 매실 장아찌를 물에 담가 염분을 빼고, 양념을 한 걸 ‘조미 매실 장아찌’라고 합니다. 조미 매실 장아찌는 염분이 적어 오래 보존하기는 어렵기에, 유통기한을 6개월 정도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붉은 차조기 잎을 같이 넣고 절여 풍미와 색이 배어 있는 ‘차조기 매실 장아찌’, 다시마와 함께 절여 맛을 낸 ‘다시마 매실’, 가다랑어 포를 넣어 조미한 ‘가다랑어 매실’, 꿀을 넣어 달콤하게 만든 ‘꿀 매실’ 등이 조미 매실 장아찌에 포함됩니다. 이 매실 장아찌들은 ‘먹기 쉬워졌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요즘 매실 장아찌는 매실 장아찌 같지가 않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조미 매실 장아찌는 20세기 중반 무렵부터 만들기 시작한 음식이라 하니, 세대에 따라 자주 먹었던 매실 장아찌의 맛이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농림 물자 규격 법(JAS법)에서 전통적인 제조법을 통해 만들어진 매실 장아찌를 ‘매실 장아찌’, 조미된 것은 ‘조미 매실 장아찌’라고 표시하는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니, 이 표기를 기준으로 고르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매실 장아찌는 하루의 액막이
16세기경 일본에서 매실 장아찌는 보존식품 역할만 한 게 아니라, 상처 소독하거나, 전쟁터에서 식중독과 전염병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전투식량 역할도 했습니다. 쌀가루와 얼음사탕의 가루를 매실 장아찌 과육과 함께 반죽하여 만든 음식은 ‘짧은 휴식 약’이라고 불리며 격렬한 전투나 긴 행군으로 가빠진 숨을 진정시키거나, 끓이지 않은 물을 마셨을 때 살균용으로 매우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또, 매실 장아찌를 보기만 해도 신맛이 떠올라 입안에 고인 침이 갈증을 해결해주었다고도 합니다.
‘아침에 먹는 매실 장아찌는 그날의 액막이,’ ‘아침에 매실 장아찌를 먹으면 그날 하루 목이 마르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듯, 조상들은 매실 장아찌의 효능을 직접 경험을 통해 알았을 겁니다. 매실 장아찌는 일본의 전통적인 보존식품인 동시에, 건강한 기능성 식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실 장아찌를 비롯한 절임 음식들과 같은 보존식품에는 ‘시간’이 빚어내는 맛과 풍미, 영양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인들은 편리함을 추구하여 금방 완성되는 음식을 골라왔습니다. 이쯤에서 한번, 옛날부터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는 보존식품을 되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일상적인 식생활에는 매실 장아찌가 들어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