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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좌뇌와 우뇌, 그리고 벌레 울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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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칼럼은, 과거에 발신했던 칼럼을 ‘칼럼 아카이브’로써 다시 소개해드립니다.)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도 끝나고. 청량한 공기가 기분 좋은 계절이 왔습니다. 스포츠, 예술, 미각 등 가을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길어지는 밤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벌레의 울음소리. 그런데 이 벌레 울음소리가 기분 좋다고 느끼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어라, 귀뚜라미가..

가을이 되면, 바구니에 넣은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BGM처럼 즐겼던 일본 요리점이 있는 것처럼, 일본인들은 오래전 만엽집(万葉集)*의 시대부터 벌레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계절을 느꼈습니다. 벌레의「소리」, 벌레의 「목소리」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이 일본인에게 그것은 기분 좋은 사운드입니다. 온라인상에 귀뚜라미나 방울벌레의 울음소리만을 모아놓은 사이트가 많은 것도 벌레 울음소리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그런데 서양인들에게는 이 벌레 울음소리가 「소음」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합니다. 같은 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걸까요? 그것을 해명한 것이 도쿄 의과 대학 명예 교수 츠노다 타다노부 박사의 《일본인 뇌의 연구》였습니다.

*만엽집(万葉集)은 일본의 나라시대에 편찬된 것으로, 일본에 현존하는 最古의 시집입니다. 

 

서양인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이 연구의 계기는, 츠노다 박사ㅏ 1987년에 쿠바 하바나에서 열린 국제 학회에 참가였습니다.
환영회 회장을 채우는 매미 울음과 같은 소리에 놀란 박사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벌레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파티가 끝난 심야, 조용한 한밤의 산책길에는 아까보다 더 심한 벌레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두 명의 젊은 쿠바인과 돌아가는 중 박사는 몇 번이나 벌레가 우는 풀숲 속을 가리켜도 두 사람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며 신기하다는 듯 얼굴을 마주 볼 뿐이었습니다. 박사는 그 후 매일 그 두 명과 함께 행동했지만, 한 명은 3일째에 드디어 벌레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고, 나머지 한 명은 1주일이 지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일본인의 귀와 외국인의 귀에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박사의 연구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일본어의 뇌
이러한 배경에는, 그 언어의 「모음」이 크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모음보다 자음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서양인은 모음을 음악 뇌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에 반해, 모음에서 언어를 형성하는 부분이 큰 일본어를 말하는 일본인은, 모음을 언어 뇌에서 처리합니다. 그리고 벌레나 동물의 울음소리는 모음과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에 일본인은 이러한 소리를 언어 뇌에서 듣고 인지합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파도/바람/비의 소리, 시냇물이 흐르는 것과 같은 자연적인 소리나 방악기 소리 등 일본인은 좌뇌에서 듣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일본인이어도 외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며 자란다면 서양형이 되고, 외국인이어도 일본어를 모국어로 배워 자라나면 일본인과 같아집니다.서양형인지 일본형인지는 인종의 차이가 아니라 유아기에 모국어로 배운 언어의 차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일본인의 뇌는 ‘일본어의 뇌’라고 말할 수 있다」고 츠노다 박사는 말했습니다. 박사는 지금까지의 조사에서 일본어와 같은 패턴은 세계에서 폴리네시아어에서 밖에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벌레의 소리를 시작으로, 삶을 살아가는 한 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봅니다. 자연에 대한 일본인의 이러한 감수성은 좌뇌에서 들은 소리를 일본어 뇌 와도 관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편, 다양한 소리가 넘쳐나는 현대의 생활에서 벌레 울음소리를 듣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처럼 벌레의 「목소리」를 듣는 능력이 주어졌어도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들리는 것도 들리지 않게 될지 모릅니다.

 

여름의 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을 리셋하기 위해서라도, 잠시 멈춰 서서 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고 보니 [虫時雨]* 라는 아름다운 계절 단어도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虫時雨 : 무시시구레. 가을 들판 따위에서, 여기저기서 요란하게 울어대는 벌레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