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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 이야기] 신을수록 편안한 직각 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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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을 그리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양말의 발꿈치와 발목 부분을 직각으로 그릴 것입니다.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사람의 발은 그런 모양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양말의 각도는 약 120˚입니다. 기계로 짤 때는 효율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사람의 발에 맞는 양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오늘은 무인양품의 직각 양말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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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의 양말이 당연했던 시기에, 체코 할머니가 손으로 떴다는 ‘직각‘ 양말을 만났습니다. 신기 쉽고, 잘 벗겨지지 않을 것을 생각해서 할머니가 생각해낸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직접 신어 보니 발꿈치가 양말에 딱 들어맞고, 지금까지 느껴 본 적 없는 좋은 착용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좋은 착용감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손뜨개로 만든 직각 양말을 기계로 재현하기 위한 시행착오가 시작되었습니다.
비효율적인 일을 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공장을 찾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겨우 완성을 해도 딱 맞는 느낌이 부족하면 다시 시도했습니다. 몇 번의 시험품과 테스트를 반복해 완성한 것이 무인양품의 직각 양말입니다.

(1)발 모양과 같은 직각으로 뒤꿈치까지 푹 감쌉니다.
(2) 뒤꿈치가 딱 맞아 여분 천이 없기 때문에 움직여도 잘 벗겨지지 않습니다.
(3) 앉아 있을 때 또한 발을 조이지 않습니다.

겨우 3가지의 직각 양말을 선보였던 무인양품은 2010년부터 모든 종류의 양말을 직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양말의 소재와 사양을 체크하며 더욱 쾌적하고 좋은 착용감을 위해 개선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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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적재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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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칼럼은, 과거에 발신했던 칼럼을 ‘칼럼 아카이브’로써 다시 소개해드립니다.)

 

스포츠 팀 내의 포지션 배정부터 기업 인사, 장관 임명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적재적소’라는 말이 쓰입니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씀. 또는 그런 자리 (『표준 국어 대사전』)’라는 해설과 같이, ‘적재’의 ‘재(材)’는 인재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 말의 본래 어원은 전통 가옥이나 절 등을 짓는 건축 현장에서 어떤 건물인지에 따라 ‘목재(木材)’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을 칭하던 말이었다고 합니다. 고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1000년을 훌쩍 넘는 세월을 보낸 지금까지 멀쩡히 남아있는 이유는 곳곳에 적재적소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가 깃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적재적소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나무의 특성을 살려

1000년의 나이를 먹은 나무는 재료로 쓰더라도 1000년을 견딘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나무가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라 ‘나무의 특성과 성질을 살려, 이를 잘 조합했을 때 비로소 오래 간다’고 합니다. 호류지, 야쿠시지를 복원하고, 마지막 궁목수 동량이라 칭해지는 니시오카 츠네카츠 씨의 말에 따르면, 호류지에 있는 당탑은 ‘왼쪽으로 휘어지려고 하는 나무와, 오른쪽으로 휘어지려고 하는 나무를 같이 사용함로써 부재끼리의 힘이 서로의 특성을 막아주어 건물 전체에 비틀림이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이상적인 사회를 축소해둔 모습처럼 보입니다.

애초에 ‘나무의 특성’은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가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변 환경에 스스로를 맞춰간 결과가 반영된 모습입니다. ‘나무의 특성은 나무의 마음’이라는 인식을 품고 가장 적절한 자리를 제공해주었을 때 비로소 그 생명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고르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다.

호류지, 야쿠시지에 있는 건축물에 쓰인 각 부재들은 ‘천 개나 있는 동자기둥(들보 위에 세우는 지지 기둥)이나, 늘어서 있는 기둥이나,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르지 않지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모든 자재가 규격에 맞춰 만들어져 모두 똑같은 기둥이 늘어서 있어도 이런 아름다움은 연출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니시오카 씨는 말합니다. 다양성이 탄생시킨 아름다움을 고대 사람들은 알고 있었던 걸까요?

각본가 야마다 타이치 씨의 대표작 중 하나로 1983년부터 1997년까지 방송된 ‘들쭉날쭉한 사과들’이라는 TV 드라마가 있습니다. 학벌 지상주의로 이루어진 가치관이 연애와 진로에 그늘을 드리운 시대가 배경으로, 규격에 맞지 않는 등장인물(들쭉날쭉 사과)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는 큰 공감을 받았는데, 균질화된 결과만을 요구하는 답답한 사회 속에서 ‘들쭉날쭉’한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임을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서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 줄로 죽 늘어서지 않은 가치관

적재적소라는 생각은 대량생산 · 효율 · 균질화와 정반대에 위치하는 ‘육아’에서도 통합니다. 수업을 할 때는 얌전하지만 체육 시간이 되면 갑자기 기운이 나는 아이, 교내 축제에서 눈에 띄는 아이, 사람을 잘 웃게 하는 아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다정한 아이 등, 과거 학교 현장에서는 다양한 아이들이 있었고, 이렇게 아이들 사이에 차이가 있어도 괜찮다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학교에서는 계산이든 한자, 줄넘기든, 뭐든 ‘일반적인 수준’으로 해낼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모든 아이들을 일률적으로 대하며 같은 결과를 내려고 하는 학교 사회의 답답한 분위기가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의 한 가지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잘하는 게 있어도 되고, 못하는 게 있어도 좋습니다. 스스로가 ‘잘하는 것’을 살릴 수 있는 자리를 아이가 찾아낼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주는 너그러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이에게 무엇이 ‘적재적소’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우선 어른이 ‘상식적인 기준’을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정 요리 속 적재적소

‘적재적소’는 일상적인 식생활 속에도 있습니다. 바로 제철 재료를 제철에 사용하는 겁니다. 제철을 맞이한 재료는 생명력이 넘쳐나며, 해당 시기에 사람의 몸이 필요로 하는 성분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봄에 먹는 산나물은 겨우내 몸 안에 쌓인 독소를 배출시켜주고, 여름에 제철을 맞이한 박과 채소들이 체온을 적절하게 가라앉혀 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더 나아가 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하나의 무라고 해도 부위에 따라 적재적소가 다르다고 합니다. 무의 윗부분 1/3은 무가 스스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당도를 높여 달콤해진 부분입니다. 수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섬유 결이 가늘기 때문에 가열해도 흐물흐물해지지 않는 특성이 있어, 무를 큼직하게 썰어 삶아 만드는 요리나 무 스테이크 등에 활용하면 풍미가 두드러집니다. 가운데 1/3은 적절하게 윤기가 흐르는 부분으로 단맛과 매운맛의 균형이 잘 잡혀있는 부분입니다. 윗부분 1/3에 비하면 큼직한 섬유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로로 썰지, 가로로 둥글게 썰지, 어떤 방식을 취하냐에 따라 식감과 풍미를 다르게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랫부분 1/3은 아직 성장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수분이 많고, 벌레로부터 몸을 지켜내기 위해 매운맛이 강하며, 껍질도 두꺼운 부분입니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절단면을 크게 하여 마구 썬 다음, 햇볕에 말려 수분을 제거하면 떫은맛, 매운맛이 날아가고 풍미가 짙어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적재적소를 알아두면 채소의 생명을 온전히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소재의 특성을 꿰뚫어보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적재적소’를 통해 사용된 재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성품을 아름답고 튼튼하게 오래 유지시킬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이렇게 특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대량생산을 위해 처리하기 쉬운 균일성을 추구해왔습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적재적소’라고 착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교육 현장을 비롯하여 인간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이쯤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진정한 적재적소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참고도서:

『나무에게 배우다. 호류지·야쿠시지의 아름다움』 야쿠시지 궁목수 동량 니시오카 츠네카츠 (소학관문고)

『나무의 생명, 나무의 마음』 니시오카 츠네카츠, 오가와 미츠오, 시오노 요네마츠 (신조문고)

[칼럼] 건강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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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속담 중에 “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이 있습니다. 음식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만든다, 건강은 음식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먹는 행위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론, 건강한 삶을 보내기 위해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활동입니다. 100년 인생을 보내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앞으로의 시대에 음식의 역할은 더더욱 주목받을 것입니다. 이런 시대의 선구자가 되어 이미 15년도 더 전부터 음식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하며 지역 주민들의 건강관리에 앞장서고 있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지역과 함께

바로 ‘전원 키친’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입니다. 구마모토 시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차를 타고 약 15분 정도 달리면 ‘건강 장수 동네 만들기’를 목표로 설립된 의료와 복지 일체형 복합시설인 ‘미유키 마을’이 나옵니다. 부지 내에 병원과 간호 시설, 케어 하우스 등이 흩어져 있는데, 전원 키친은 그중에서도 ‘웰니스 스퀘어 와라쿠’라는 건물 안에 들어서 있습니다. 이 시설은 지역 주민을 위한 예방치료공간으로 2003년에 오픈한 다기능형 커뮤니티 시설입니다. 레스토랑 외에도 천연온천, 트레이닝 룸, 요가 및 세미나 등의 연수실도 마련되어 있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히 지내기 위한 기능을 한곳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기쁜 식사

전원 키친에서는 구마모토에서 수확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뷔페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구기자 열매를 넣어 만든 현미 한방죽, 무 조림, 렌틸콩 토마토 조림, 시금치 나물, 오크라 깨 무침, 말라바 시금치 으깬 두부 무침, 야채 카레 등, 모두 저농약 · 유기 재배 식재료를 활용해 정성껏 만든 음식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병 때문에 혹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동물성 식품을 먹을 수 없는 사람을 생각하여 매크로바이오틱을 중점에 둔 요리를 먹기 쉬운 형태로 내고 있습니다. 매크로바이오틱이라고 하면 맛이 없을 것 같습니다만, 이곳에서 제공되는 요리는 그러한 편견과 다르게 정말 맛있습니다. 배불리 먹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도 들지 않고, 식후에도 개운하여 몸이 치유되는 것만 같습니다.

 

두 명의 주방장

몸과 마음 모두에 좋은 이 음식을 어떤 사람이 만드는 건지 알고자 말을 걸어본 결과,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미유키 마을’의 총괄 주방장인 야마모토 테루유키 씨와 ‘전원 키친’의 주방장인 히가시지마 마사히코 씨는 생글생글 웃으며 맞이해주셨습니다. 야마모토 씨는 과거 유후인에 위치한 유명 고급 여관 ‘타마노유’에서 총괄 주방장으로 일했었는데, 그 당시에 요리 연구가인 타츠미 요시코 씨에게서 ‘생명의 수프’에 대해 배우기 위해 10년 동안 오이타와 가마쿠라를 오갔다고 합니다. 타마노유에서 퇴직한 후에는 한 달에 4번, 오이타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미유키 마을을 찾아 병원식으로 제공되는 수프 조리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히가시지마 씨는 전원 키친이 개설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국 전통 의학을 배운 명예병원장의 지도를 받아, 현미죽을 비롯하여 하나하나 한방 지식을 고려해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를 오랜 세월 동안 제공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수프

야마모토 씨와 히가시지마 씨는 타츠미 요시코 씨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히가시지마 씨가 미유키 마을 회장, 병원 영양관리사와 함께 타츠미 씨의 집을 찾아가 배움을 구하자, 타츠미 씨가 ‘규슈에서 가마쿠라까지 오는 건 힘들 테니까 유후인에 있는 야마모토 씨에게 배우는 게 나을 거라’고 소개해준 것입니다. 타츠미 씨는 그 자리에서 야마모토 씨에게 전화를 걸어주었고, 히가시지마 씨는 야마모토 씨가 있는 곳을 찾아가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찾아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매주 1회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5년 동안 다니면서 타츠미 씨가 야마모토 씨에게 전수한 수프 비법을 기초부터 배웠습니다.

“정성 들여, 오랜 고민 끝에 완성된 수프, 국물요리는 사람의 생명을 길러냅니다.” 타츠미 씨의 수프에 대한 이러한 철학은 두 주방장을 통해, 지역사회를 위해 마련된 전원 키친에서 실천되고 있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

식당 안에는 ‘신토불이’, ‘땅과 몸은 둘이 아닌 하나. 홀 푸드(한 개 전체)는 대지와 사람이 조화하기 위한 지혜’라고 크게 적혀 있습니다. 홀 푸드란, 통째로 먹는 음식이라는 의미로, 야채는 껍질이나 씨, 이파리, 뿌리까지, 생선은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식재료의 생명을 통째로 먹는 것을 말합니다. 의미를 더 확장시키면 자기 자신의 건강과 똑같이 땅과 숲, 강과 바다의 건강에 대해서도 생각하며 다음 세대, 또 그 다음 세대까지 광활하고 먼 미래까지 생각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표현하는 말이라고도 합니다.

막 개점했을 때에는 이러한 식사를 쉬이 이해해주는 사람이 적어, 오분도 쌀로 지은 밥을 내어갔더니 ‘흰쌀밥이 먹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밥을 짓는 데 쓴 현미가 5홉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하루에 3kg의 현미로 밥을 짓게 되었으며, ‘현미 한방죽’이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되었습니다. 또, 구마모토 주민들은 단 음식을 좋아하기에 처음에는 조림 요리에도 설탕을 조금 첨가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만, 요즘에는 설탕을 넣지 않아도 ‘이렇게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식당이 있었다니’ 하고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곳은 음식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곳입니다. 음식이 몸을 구성한다는 사실을 의식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히가시지마 씨가 이렇게 바라면서 실천해온 시간만큼, 지역 주민들의 음식에 대한 생각은 확실하게 변화해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음식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먹는 음식에 따라 사람은 건강해집니다.” “수고를 들이는 과정은 생명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입니다.” ──두 주방장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반면에 현재 저희들은 어떨까요? 시간을 절약하거나, 입에 넣었을 때 맛 좋은 음식을 찾으려고 수고를 들이고 있습니다만, 진정한 의미로 먹는다는 행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칼럼] 새로운 교육이라는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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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학교’에 대해 아시나요? 일반 공립, 사립 학교와는 다르게 독자적인 이념에 따른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일본에서는 현재 등교거부 아동이 14만 명을 넘어서며 대안학교가 다양한 매체에서 다뤄지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구마모토 현에 새롭게 생긴 ‘윙 스쿨’의 교육 방식을 통해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자 합니다.

 

기운 찬 아이들

구마모토 시내에서 시영 전철의 시립체육관 앞 역에서 도보로 몇 분 걸어가면 나오는 한 채의 건물이 바로 독특한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윙 스쿨’입니다. 현관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활기찬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여기는 작년 봄에 막 개교했고,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이 모일지 걱정했습니다만, 첫해에 36명을 모집했을 때 52명이 응모했습니다. 그래서 급히 계획했던 3개 학급에서 4개 학급으로 늘리고, 스태프도 증원하여 개교하게 되었습니다.” 타노우에 요시히로 교장께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슈”, “스미스”, “아챠미”, “카오리” 등 선생님들은 저마다의 닉네임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교사 안은 끊임없이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발소리, 웃음소리, 대화소리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모두 기운이 넘치죠. 여기 다니고 있는 아이들 중 70%가 원래는 등교거부 중이었다는 게 믿을 수 없죠.”

 

풍부한 자연으로부터 오는 넘치는 기운

윙 스쿨은 8시 45분에 시작합니다. 오전 시간에는 초등학교 저학년은 가까이 있는 강에 가서 마음껏 물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이 기운이 넘치는 비결은 이 풍부한 자연이었습니다. 근방에 ‘에즈코’라는 이름의 커다란 호수가 있고, 학교는 그 호수로 흘러드는 강과 인접해 있습니다. 인구 70만명 이상의 대도시 시가지에 이렇게 큰 호수가 있는 경우는 드문데, 심지어 아소 복류수가 솟아나고 있어 물이 놀랍도록 맑습니다. “솟아난 물로 이루어진 강에 옷을 입은 채로 뛰어들고, 물고기와 함께 놀기도 하고, 숲속을 뛰어다니면서 아이들은 감성을 길러냅니다. 그리고 어른들과 닉네임으로 서로 부르면서 대등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안심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다움을 발휘해가죠.”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인 학생들은 오전에는 교과 학습을 하고, 오후에는 독자적인 프로젝트 학습에 임합니다. 이 학교에서는 하고 싶은 프로젝트 제안도 아이들이 하고 있습니다. 제2시즌(2학기)이 되면 ‘언어 프로젝트’, ‘연극 프로젝트’, ‘로봇 프로젝트 등 16개 프로젝트 후보가 마련되고, 학생들은 그중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고릅니다. 프로젝트 시간 동안에는 자리를 정해두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제각기 모여 미팅을 하거나 컴퓨터, 태블릿PC를 이용해 조사를 합니다. 자세도 자유롭게 잡을 수 있어, 바닥에 누워 참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사진, 영화를 찍기 위해 학교 밖으로 나가는 아이도 있습니다. 또, 서로 다른 학년의 아이들이 한데 모여 함께 배워가는 것도 이 학교의 큰 특색입니다. 선생님, 학생, 선배, 후배 등이 평등한 관계로 교류하며 서로에게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놀랄만한 학생의 기획 능력

“윙 스쿨에서는 수학여행도 학생들이 기획합니다.” 교장 요시히로 씨는 말합니다. 지난번 수학여행 때는 학생들이 스스로 저가 항공권 등을 구입하여, 본래라면 5~6만 엔 정도 들었을 간사이 지방 여행을 3만 8천 엔으로 해결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 학생들은 다음 프로젝트로 대만 여행을 기획하였고, 직접 작은 시장을 열어 돈을 벌어 여행 비용을 충당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했던 학생들이 이번에는 ‘언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언어를 배워 그 나라로 여행을 가자는 내용의 기획입니다. 물론 여행 비용도 직접 벌 생각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토크 라이브를 개최할 예정인데,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 프로젝트 시간에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윙 스쿨에는 65명의 학생들이 재적 중이며, 한 학급 더 늘어 5개 반으로 운영 중입니다. 후쿠오카, 사가 현에서 기차나 고속버스를 이용해 등교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또, 관동 지방에서 이사 와 아이를 윙 스쿨에 보내는 가족도 있습니다. 미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2개 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입소문으로 퍼진 평판을 듣고 전국,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공교육 장으로

원래 요시히로 씨는 공립 중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프로젝트 일환으로 꿈 지도 제작을 하고, 멋진 어른과 만날 시간을 마련하고, 축제, 수학여행을 기획해보게 하는 등 감성을 기르기 위한 수업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 교육 노하우를 쏟아부어 윙 스쿨을 설립한 것입니다. “저희는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성>, <지성>, <프로젝트 능력> 이 3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접하면서 감성을 기르고, 학습을 통해 지성을 갈고닦으며,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사고력과 행동력을 갖추는 거죠.”

현재 윙 스쿨은 일반사단법인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만, 머지않은 미래에 문부과학성 인가를 받아 학교법인으로 전환되는 걸 목표하고 있습니다. “윙 스쿨에서 하고 있는 이러한 교육들을 부디 대안학교에 한하지 않고 지역에 있는 학교와 공교육 시설로도 확대시키고 싶습니다.” 요시히로 씨는 열정이 담긴 목소리로 얘기합니다. “전국에서 아이들이 활기차게 학교에 가서 감성을 기르고, 지성을 갖추며, 프로젝트도 맘껏 하게 되면, 나라 전체가 바뀔 거라 생각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저희들의 꿈이고, 도전입니다.”

새로운 교육이라는 날개를 단 아이들이 사회로 날아가 세상을 더 활기차게 바꾸는 날이 금방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칼럼] 몸으로 듣는 소리 –하이퍼 소닉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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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팬으로부터 ‘CD로 듣는 소리는 왠지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하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CD에는 주파수 20KHz 이하의 음까지만 들어가며, 사람의 귀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가청 대역)에 맞춰, 귀에 들리지 않는 음은 제거해둔다고 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효율적인 것 같은 과정인데, 사실 이러한 과정이 ‘공허한 소리’와 연관이 있다고 하면 놀라실 분이 많을까요?

 

하이퍼소닉 이펙트

지구는 다양한 소리로 가득 차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1초 동안 약 2만 회의 공기진동(=20KHz)까지가 한계입니다. 즉, 그보다 높은 진동수(주파수)의 소리는 존재하더라도 소리로 들을 수는 없습니다. 이렇듯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고주파 음을 풍부하게 갖춘 자연이 내는 소리를 ‘하이퍼소닉 사운드’라고 합니다.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이 소리를 저희는 피부를 비롯한 신체로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소리들이 사람의 뇌에 영향을 끼치는 사실은 뇌과학자인 오하시 쓰토무 씨가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소리들이 사람의 정신과 육체에 긍정적인 작용(=하이퍼소닉 이펙트)을 미치는 것도 해명되고 있습니다.

 

숲의 소리

열대우림은 하이퍼소닉 사운드의 보물창고와 같습니다. 우림에서 특수한 마이크를 사용하여 녹음한 공기 진동 주파수 스펙트럼을 살펴보면, 사람의 가청 대역을 훌쩍 뛰어넘은 100KHz 이상의 고주파음으로 넘쳐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소리들은 대부분 경이적으로 많은 벌레와 새의 울음소리, 나무와 바람의 소리입니다. 땅에서 솟아나듯, 나뭇가지가 샤워기라도 된 듯이, 소리가 쏟아져 자연 대합창단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리를 통해 사람의 심신이 치유되는 이유에는 인류의 생명 기원과 관련 있어 보입니다. 아프리카의 삼림지대에서 탄생한 인류는 태어난 후 대부분의 기간을 숲속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한 기억이 유전자에 새겨져, 숲속에 있을 때가 가장 좋은 상태가 되도록 설계되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의 몸은 열대우림과 비슷한 소리에 둘러싸인 환경 속에서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릴랙스를 체감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생물 다양성과 하이퍼소닉 사운드

그렇다고 해서 숲이면 뭐든 좋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양한 나무가 자라나고, 셀 수 없이 많은 벌레, 새, 동물이 살고 있어야 비로소 소리가 풍부하게 구성된다고 합니다. 이는 생물 다양성이 갖춰져야 인간의 쾌적성도 보장받는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열대우림에 맞먹는 생물 다양성은 없더라도, 하이퍼소닉 사운드는 자연이 잘 유지된 숲, 정원에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삼나무, 편백나무만 심은 단일화된 인공 숲에서는 자연에서 나는 하이퍼소닉 사운드를 듣기는 어렵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저희가 여러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숲이나 당산나무를 중심으로 한 당산숲 등에 들어갔을 때 기분이 좋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비롯하여 그곳에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시의 소리

한편, 현대의 도시에서 들려오는 환경음과 CD,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디지털 방송에는 이러한 자연이 만들어낸 초고주파음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고 합니다. CD로 듣는 소리는 공허하게 느껴진다는 감상도 아마 이러한 이유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겠지요. 도시 환경음의 스펙트럼은 열대우림 열대우림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며, 사람의 몸과 마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또, 이렇게 소리 환경이 치우침으로 인해 생활습관병과 정신질환 등의 현대병에 걸릴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들려옵니다. 듣고 보면, 콘크리트 벽으로 자연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차단한 생활을 인간적이라 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근대 도시 문명은 인지하지 못하기는 하지만 몸에는 중요한 소리들을 도외시해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현대인은 눈에 보이지 않거나,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을 비과학적이라 치부하여 버려왔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귀에 들리지 않는 하이퍼소닉 사운드와 같은 존재를 알게 되면, 이제까지 단순하게 기계적으로 구분했던 방식에 대한 의문도 듭니다. 자연계에는 아직 저희가 모르는 것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서는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 그런 소리를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칼럼] 동물이 가르쳐 주는 것

게시: 2019.10.14

(이번 주 칼럼은, 과거에 발신했던 칼럼을 ‘칼럼 아카이브’로써 다시 소개해드립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개를 기르세요.’ 이는 영국에서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격언으로 널리 알려진 말입니다. 뒤에 이어지는 말은 ‘아기 때는 좋은 보호자가 되어주며, 유소년기에는 좋은 놀이 상대가, 소년기에는 좋은 이해자가 되어줍니다. 그리고 아이가 청년이 되었을 때에는 스스로의 죽음을 통해 생명의 숭고함에 대해 알려줍니다.’입니다. 애니멀 테라피라고 하면 의료적, 정신적인 효과를 상상하기 쉽습니다만, 요즘에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동물이 함께 하는 중요성도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동물은 저희 인간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는 걸까요?

 

동물 매개 교육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개를 만지고자 노력하여 팔을 뻗을 수 있게 되거나, 거의 웃지 않던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띠어지게 되는 등, 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이 사람의 심신 건강에 좋은 영향을 안겨준다는 사실은 의료 및 복지 현장에서는 이제 정설이 되었습니다. 동물 매개 의료법(Animal Assisted Therapy), 동물 매개 활동(Animal Assisted Activity)이라 불리는데, 이보다 덜 알려진 ‘동물 매개 교육(Animal Assisted Education)’이 있습니다. 사람과 동물이 같이 생활하고 맞닿는 과정 속에서 이뤄지는 상호 작용 활동이 어린이의 몸과 마음의 성장을 도와주는 사실에 주목한 교육 활동입니다.

 

친구, 학교견

이러한 동물 매개 교육을 일찍이 도입한 학교가, 도쿄도 스기나미구에 위치한 릿쿄 여학원 초등학교입니다. 교감 선생님이 키우는 개 4마리가 매일 아침 등교하여, ‘학교견’이라는 위치에서 아이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보낸다고 합니다. 개들은 6학년 학생들로 이루어진 봉사활동 그룹이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돌봐줍니다. 산책, 화장실 뒤처리, 식사 준비, 방 청소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도입한 지 17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초대 학교견이 새끼를 낳고 기르는 모습, 늙어가는 모습,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학교 측은 개들이 직접 보여준 여러 모습을 통해 아이들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함께한다면 용기를 낼 수 있어요.

이 초등학교는 한 학생이 ‘학교에 개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학교견을 데려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교 안에서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집에 틀어박히기 일쑤였던 그 아이는, 개가 함께 해줄 때면 방과 후 학교로 놀러 올 수 있게 바뀌었고, 그때 저 말을 툭 내뱉었다고 합니다. 학교견 제안자이자 현재는 교감선생님이 된 요시다 타로 씨는, 이 경험을 통해 ‘개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특별한 힘을 안겨주는 존재’라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이 학교에 있는 학교견은 4마리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에 대해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아 후쿠시마 현에 위치한 동물 보호소에서 2마리를 데려왔고, 초대 학교견의 피를 잇고 있는 3대 학교견, 그리고 맹인 안내견 번식견도 데려와 동물 매개 교육을 더 심화시켰다고 합니다.

 

개에게 책 읽어주기

서양에는 ‘R.E.A.D.(Reading Education Assistance Dogs)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아이들이 개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책 읽기’는 아이들을 긴장시키는 활동입니다만, 그 상대가 개라면 긴장이 풀어지는 이유에서 이뤄지는 활동이라 합니다. 개가 곁에 있어주어 안심하게 되고, 또 잘못 읽더라도 개가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일이 없기에, 아이들은 편한 마음으로 책 읽기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기 긍정감을 높여주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하여, 미국에서는 실제로 R.E.A.D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는 아이들이 수업 중에 스스로 손을 들게 되었다, 무언가를 할 때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를 보이게 되었다, 독해력이 향상되었다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보고되고 있다고 합니다.

 

서로 행복하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미주리주에 있는 동물 보호 시설에서는 아이들이 개, 고양이를 상대로 그림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시험 도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음이 불안한 개, 고양이들에게 사람의 온기를 알려주고자 하는 목적입니다. 버려지거나, 미아가 되었거나, 때로는 학대당한 적이 있는 개, 고양이들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차츰 마음을 열고, 인간에 대한 신뢰감을 되찾고, 어린아이에 대한 공감 능력도 기르게 된다고 합니다. 이는 아이들만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보호시설에서 새로운 가족이 자신을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는 동물들의 미래를 열어주는 활동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가 결실을 맺어 미국 내에서는 보호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아이들이 방과 후 봉사활동으로 보호동물과 함께하는 운동이 널리 퍼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교육을 목적 삼아 동물과 접하는 활동은 동물에 대한 이해를 길러주려는 일과 모순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합니다만, 동물 매개 교육은 동물에 대한 애착을 기본에 두고 있는 교육입니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말하지 않는 동물들의 표정과 동작에서 그들의 마음을 알려고 하는 활동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상하고 배려하는 활동과 같으며,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효과는, 이러한 마음이 길러진 결과로써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들과 동물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참고도서: 『고마워 버디—학교견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 (릿쿄여학원 이시다 타로/세븐&아이 출판)

 

[칼럼] 나무 열매 찾기

게시: 2019.10.08

(이번 주 칼럼은, 과거에 발신했던 칼럼을 ‘칼럼 아카이브’로써 다시 소개해드립니다.)

나무 열매 찾기

동화 「원숭이와 게의 싸움」에서 게를 괴롭힌 원숭이를 혼내주는 밤. 동요 「도토리 대굴대굴」에서 함께 연못에서 놀다가 ‘역시 산이 그립다’고 우는 바람에 미꾸리를 곤란하게 만들던 도토리 도련님. 이처럼 민화, 동요에는 나무 열매가 자주 등장합니다. 먼 옛날, 신석기 시대부터 식용으로 활용될 정도로 나무 열매는 사람의 삶과 가까운 곳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이 나무 열매를 조명해보았습니다.

 

나무 열매는 견과류

‘나무 열매’는 글자 그대로 ‘나무에 열린 과실’을 의미합니다. 똑같이 나뭇가지에 맺히는 열매라고 해도 감, 복숭아, 버찌 등은 부드러운 과실 부분을 먹기 때문에 나무 열매라는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나무 열매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것은 이른바 견과류입니다. 견과류에 대한 식물학적 정의는 여러 개가 있다고 합니다만, 일상적인 감각으로 말하자면 “나무에 열리는 열매로, 단단한 껍질이 있으면서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참고로, 시판되는 ‘믹스 너트’에 꼭 들어가는 ‘땅콩’은 콩과에 속하는 식물이며, 낙화생이라 하는 또 다른 이름처럼 수분하여 떨어진 후에 땅속에 들어가 열매를 맺기 때문에 식물학 상으로는 견과류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원시인의 칼로리 원천

신석기시대에는 사냥을 하여 먹고 살았다는 인상이 강합니다만, 사실 그 시기 사람들의 식량은 대부분이 식물식이었고, 칼로리의 대부분인 80%를 식물에서 얻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 식물이 밤, 도토리와 같은 견과류와 호두로, 거의 전 지역의 해당 시기 유적 안에서 출토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단순히 채집만 했던 게 아니라, 밤과 호두는 일부러 그 숲을 보호, 관리했으며, 더 나아가서는 부락 주변에 이식하여 유용하게 활용했던 흔적도 발견됩니다. 일본 아오모리 현에 있는 산나이마루야마 유적에는 직경 80cm에 달하는 밤나무로 만든 원기둥 뿌리가 남아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사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호두 맛은 ‘맛있어’

고대 페르시아가 원산지라고 하는 호두는 기원전 7000년에 이미 인류가 식용으로 삼았던 가장 오래된 나무 열매입니다. 그 대표격이 페르시아 호두이고, 일본에서는 쪽가래나무, 히메구루미가 자생하며 당시 원시인이 식용으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 후 1500년 중반에는 다른 종류의 호두가 전래되어왔고, 시대를 뛰어넘어 기근을 대비하기 위한 생명의 나무로써 소중히 다뤄졌습니다.

도호쿠 지방 등에서는 재배를 장려하였던 지방도 있어, 해당 지역의 대부분의 집에는 호두나무가 있었다고 합니다. 가까이에 있는 영양원일 뿐만 아니라, 그 맛도 친숙하여 산리쿠 지방에서는 맛있다는 표현을 ‘호두 맛이 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도토리 햄버그?

어린아이들에게도 친숙한 도토리는 너도밤나무과 참나무속에 해당하는 식물인 상수리나무·떡갈나무·졸참나무·떡갈나무 등의 과실을 모두 칭합니다. 종류에 따라 영양성분이 다소 다르기는 합니다만, 단백질과 지방질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영양가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원시인들은 이 도토리를 빻아 고기와 섞어 ‘요리’를 한 듯, 유적 몇 곳에서 경단 모양, 빵 모양, 햄버그 모양으로 된 탄수화물이 출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도토리를 먹어본 적이 있는 사람을 보기 힘들어졌습니다만, 이와테 현의 향토 음식인 ‘도토리 당고’, ‘도토리 떡’ 등은 아직 건재합니다. 도토리로 만든 술은 나가사키 현, 도토리 현의 도토리 소주, 스페인의 리큐르 ‘리콜 데 벨료타’가 유명합니다. 또, 방목지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이베리코 돼지는 도토리에서 나오는 올레인산이 다량 함유된 산뜻한 감미가 도는 향기로운 비계가 특징적이며, 전 세계의 미식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밤 속껍질과 매니큐어

똑같이 너도밤나무 속이지만 열매가 도토리가 아닌 ‘밤 열매’라고 고유명사로 불리는 게 밤입니다. 전분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가열하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너트보다는 곡물에 더 가까워서 특별히 이름을 얻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 산간부 등에서는 예부터 주식으로 밤을 먹었다고 합니다.

밤으로 만든 과자 중 대표적인 것이 마롱 글라세입니다. 마롱 글라세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알 한 알, 속껍질을 까야 하는데, 이 속껍질에는 탄닌 성분이 들어 있어 손톱이 어두운 보라색으로 물듭니다. 이렇게 물든 손톱을 아름답게 보이고자, 제조에 종사하는 프랑스 여성들이 손톱을 꾸미는 매니큐어를 고안해냈다고 합니다. 현대 네일 아트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밤 속껍질이 있습니다.

 

콜라의 시초가 된 콜라너트

식량으로 먹기 위해 재배하는 게 아닌 진귀한 열매도 있습니다. 구취 예방과 사교 장소에서 즐기는 기호품으로, 여러 번 씹어서 사용하는 ‘콜라너트’가 이에 해당됩니다.

콜라는 아프리카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아욱과 콜라나무속에 해당하는 식물 약 125종을 칭합니다. 이 콜라의 종자는 콜라너트라고 불리며, 잘게 씹으면서 즐기는 기호품으로 사용되었으며, 아프리카 부족 사이에서는 족장이나 손님에게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탄산음료로 유명한 콜라는 원래 콜라너트의 진액을 사용하여 그렇게 이름이 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진액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고, 인공적으로 그 풍미를 모방해 만든 콜라가 많다고 합니다.

 

나무 열매를 먹을 때 사람들은 괜히 자연의 숲을 상상하면서 먹는 경우가 많은 기분이 듭니다. 이는 분명 나무 열매가 어떻게 자랐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한참 전에 어린아이가 바닷속을 헤엄치는 토막 난 생선을 그려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가공된 나무 열매 밖에 본 적이 없는 아이는 어떤 나무 열매를 그릴까요?

가로수로 쓰이는 은행나무, 모밀잣밤나무 등 우리 주변에도 나무 열매는 맺히고 있습니다. 이를 직접 눈으로 보면, 나무 열매가 생명 순환의 결과이면서 시작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열매 맺는 가을이 왔습니다. 나무 열매를 찾으면서 바깥을 돌아다니면 어떨까요?

 

참고도서:

『옛날 일본인은 무엇을 먹었는가』 하라다 노부오(카도카와 소피아 문고)

『너트의 역사』 켄 알바라 저/타구치 미와 역 (하라서방)

『강담사 원예 대백과 사전』

[칼럼] 쓰레기 줍기는 스포츠

게시: 2019.09.30

쓰레기 줍기는 스포츠

스포츠의 계절, 가을. 일본에서는 내년 도쿄 올림픽, 패럴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어, 이번 가을에는 그 어느 해보다도 더 스포츠에 대한 열기가 높은 듯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새로운 스포츠 경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거리를 경기 구간으로 지정하고, 스포츠로써 쓰레기를 얼마나 줍는지 겨루는 『스포GOMI*』입니다. 스포츠의 힘으로 거리를 깨끗하게 바꾸기만 하는 게 아니라, 환경에 대한 관심 변화도 이끌어내고, 사람과 사람이 실제 공간에서 만나게 하여 지역과 시민의 힘을 길러주는 효과도 있다고 하여 주목받고 있습니다.

*GOMI: 쓰레기를 의미하는 일본어(ゴミ)를 영어로 쓴 것.

 

스포츠×쓰레기 줍기

스포GOMI는 3~5명이 한 팀이 되어 60분 동안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주울 수 있는지 겨루는 스포츠입니다. 팀 경기이며, 제한 시간을 정해두고 쓰레기에 점수를 부여합니다. 단지 이런 조건만으로도 참가자는 어느새 푹 빠져들어 쓰레기를 찾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쓰레기를 발견하고 기뻐하지만, 이내 쓰레기가 그 자리에 있던 사실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하고,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기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체험은 환경문제를 마음에 새기게 되는 계기가 되어, 이후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변한다고 합니다.

대회는 소셜 스포츠 이니셔티브에서 주관합니다. 스포GOMI 규칙 작성을 비롯해, ‘스포츠를 통해서 나라와 지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반 사단법인입니다.

 

달리면서 겸사겸사 쓰레기를 줍던 활동에서

스포GOMI는 대표이사인 마미츠카 켄이치 씨가 아침마다 하던 달리기 운동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졌습니다. 발안 당시에 마미츠카 씨는 요코하마 시에서 살았는데, 이른 아침에 달리면서 길가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의 양을 보니 신경이 쓰였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동네니까, 자신이 있는 장소만이라도 깨끗하게 하자는 생각에서 쓰레기 줍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냥 줍기만 해서는 재미가 없으니, 달리는 속도를 유지하면서 주워보기도 하고, 대퇴근의 움직임을 신경 쓰면서 주워보기도 했습니다. 쓰레기를 ‘타깃’이라 생각하고 주우니 재미있어졌고, “스포츠로 발전시켜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규칙을 만들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2008년 5월, 제1회 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8개 대학을 모아 연 대학교 대항 시합이었습니다. 일본여자체육대학의 농구부 팀이 이 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우승 팀을 상대로 한 인터뷰에서 ‘왜 쓰레기 줍기 대회에 참가했는가’ 하는 질문을 받은 대학생이 “스포츠니까요. 팀원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요.”라고 대답한 것을 듣고 뚜렷한 보람을 느꼈다고 합니다.

 

누구든지 우승 가능한 규칙

시합 승패를 가르는 기준은 쓰레기양과 무게만이 아닙니다. 쓰레기 종류에 따라 포인트가 정해져 있고, 그 포인트와 중량을 곱해서 득점을 산출해냅니다. 예를 들어, 같은 100g이라면, 가연성 쓰레기는 10포인트, 불연성 쓰레기는 5포인트, 재활용 가능 쓰레기인 페트병은 15포인트 등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줍기 힘들고 가벼운 담배꽁초는 100g에 100포인트로 높게 잡혀 있어, 연령에 상관없이 다양한 세대에서 참가할 수 있고, 어린이와 어르신도 우승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쓰레기를 통해 보이는 것

지역이나 나라별 특색에 따라 다르게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에 대응하고자 특별한 지역 규칙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가고시마 현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처리하지 못해 난처해하고 있는 화산재도 쓰레기로 분류되고, 시즈오카 현 미호 반도의 마츠바라에서는 해안가에 떨어져 있는 소나무 가지도 대상에 포함됩니다. 해수욕장에서 개최할 때에는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에 포인트를 높게 부여합니다. 해외 첫 개최 대회가 된 러시아 톰스크 주 대회에서는, 공원 풀숲에 커다란 타이어가 버려져 있는 경우도 있는 지역 특색을 고려해 ‘대형 쓰레기도 가능’한 것으로 규칙을 변경하였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참가자 100명이 총 1톤에 달하는 쓰레기를 모아왔다고 합니다. 또, 파나마에서 대회를 열었을 때는 정부 측에서 ‘빨대에 높은 포인트를 부여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거리를 걸어보니 가는 곳마다 빨대가 버려져 있어, 무엇이든 빨대를 사용하여 마시는 생활 습관이 그대로 쓰레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쓰레기 줍기를 하면서 보이게 되는 이러한 지역 과제를 참가자들이 깨달으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가는 것이겠지요.

 

대회 마다 드라마가 있다.

총 개최 수 746대회, 총 참가자 수 88,000명(2018년 12월 기준)까지 확대된 스포GOMI. 여기엔 여러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아이치현에 있는 중학교에서는 교장 선생님의 「수학여행으로 도쿄에 갔을 때, 올림픽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을 시키고 싶다」라는 제안에 따라 오다이바에서 스포GOMI를 체험. 수학여행이 끝난 뒤 실시된 앙케이트에서 「가장 좋았던 일은?」라는 질문에 무려 2/3명의 학생이 「스포GOMI」였다고 답변하였습니다.

도쿄 아라카와 구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생의 졸업전에 체험학습으로 스포GOMI를 참가하였습니다만, 우승한 감동으로 우는 학생도 있었고, 그것을 본 학부모 역시 눈물을 쏟기 시작해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또한 오다구의 초등학교에서는 대회가 끝난 뒤, 「쓰레기를 줍는 것은 스포츠다」라는 표어를 아이들이 흥얼거리며 귀가하였습니다. 스포GOMI에 참가한 것으로 아이들의 가슴속에 무언가가 새겨진 것이겠지요. 이러한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이 「장래에 지속적인 사회공헌 화동으로 연결된다」고 마미즈카씨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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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의 쓰레기를 남의 일이 아닌 자기일로 생각하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생활과 연결된다.”고 마미즈카 씨가 이야기합니다. 확실히 쓰레기 문제는 생활의 연장선에 있는 것. 그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는 것이 스포GOMI일 것입니다.

이런 새로운 스포츠에 여러분도 도전해보는 것은 어떤가요?

[칼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생활

게시: 2019.09.24

1970년대에 지어진 나가노현 호쿠신슈에 위치한 산장. 이 산장에는 무인양품 생활의 양품 연구소 소장인 코이케 이치코씨의 시인인 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언니분이 타계하고 시간이 지나, 이 집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애용하던 가구 중 하나였던 소파가 쿠마모토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는 이전에 이 칼럼란에서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집 자체도 큰 만남을 이뤘답니다.

 

그녀에 대해 말해주는 듯한 선반

현재 이 산장에는 젊은 여성이 살고 있습니다. 부동산을 통해 중개 받은 것도 아니고, 코이케 씨와 면식이 있던 사이도 아닙니다. 실은 코이케 씨와 친척들은 오래 생각한 끝에 자연에 돌려주자고, 즉 공터로 돌리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이 결정에 대해 몇 명의 친구들에게 전했을 때, “호쿠신슈에 자택을 직접 짓고 있는 젊은 부부가 있어. 그 두 사람의 임시 거처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하고 타진해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집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이어받아주길 바란다고 코이케 씨도 흔쾌히 승낙하였습니다만, 이미 두 사람은 임시 거처를 마련한 후였음이 판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저희 친구 중에 호쿠신슈로 이주하길 열망하는 사람이 있는데요’라고 말을 꺼낸 것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친구를 통해 시작된 이 인연을 코이케 씨는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리하여 만나게 된 ‘이주 열망자’가 현재 주인으로 있는 시바타 나호코 씨입니다. 시바타 씨는 도쿄에서 나고 자랐으며, 줄곧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고물상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구움 과자를 가게에 납품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장차 밭을 가꿔 보리를 기르고, 스스로의 손으로 돌가마를 만들어 빵과 과자를 굽고 싶다고 생각하는 점과, 호쿠신슈에 거주하는 친구가 있는 점에서, 언젠가는 자신도 호쿠신슈에서 살고자 부동산 정보를 모으고는 있었지만 마음에 꼭 드는 정보를 발견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번 산장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가 들려주었고, 바로 마음을 정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우선은 밖에서라도 보고 싶다는 마음에 보러 갔었어요. 전통가옥과는 다른 멋을 풍기는 모습으로, 숲속의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었죠. 고물상에서 일하던 때부터 조금씩 모아온 가구나 가까이 두고 쓰는 물건들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매우 기뻐했던 걸 잊지 않고 있어요.”

코이케 씨의 친척들과도 만나 호쿠신슈 거주가 현실적인 일이 되고, 2019년 5월에는 이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 시간은 코이케 씨와 친척들에게는 물건을 정리하는 마지막 시간대였습니다. 대량의 장서와 여러 서류, 언니가 소중히 여겼던 자잘한 물건들. 도쿄에 가져갈 물건, 처분할 물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물건을 정리하던 중에, 새로운 주인이 될 시바타 씨의 첫 짐들이 도착하였습니다. 그 짐에는 검은 나무와 유리로 만든 묵직하고 커다란 선반이 들어있었습니다. 상점에서 쇼케이스로 썼던 것으로, 구매한 후에 시바타 씨가 직접 고친 곳도 있다고 하는 이 선반을 본 순간, 코이케 씨는 ‘이 집은 더 좋아질 거야!’라고 직감했다고 합니다.

 

도구로써의 나무의 강점

7월 말, 모든 짐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코이케 씨와 함께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약하였던 고 미츠하시 이쿠요 씨가 설계한 이 집은, 설계 당시에는 최첨단 감각으로 넘쳐났을 터입니다. 그랬던 집도 5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벽으로 쓴 합판도 제법 멋진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시바타 씨가 이제까지 소중히 모아온 도구들이 들어섰습니다. 앞서 말했던 검고 큰 선반은 듬직하게 자리 잡아, 마치 대들보 같은 존재감을 풍기고 있습니다. 서류꽂이와 낡은 목제 제빙기, 커다란 새장, 작은 선반, 할아버지가 애용했던 의자. 사용하여 닳아진 모습이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나무판자 등등. 이 집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보내온 도구들이 무엇 하나 빠짐없이 알맞은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이 집이 빚어내는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부모님과 살던 집은 2세대 주책으로 개축했기 때문에 이런 낡은 물건들이 좀처럼 어울리질 못했어요. 여기로 온 후로 매우 활기가 넘쳐요. 그리고 새삼, 나무라는 소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게 되었어요.” 이 말을 들은 코이케 씨도 “정말이에요. 도구로서의 나무가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어, 인간 생활 그 자체라는 기분이 들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옮겨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여기서 원래부터 살고 있었던 게 아닌지 생각할 정도로 잘 어울리고 있어, 집 자체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는 말이 좀처럼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도구가 이렇게까지 공간을 완성시킬 수 있다니, 신기해지기까지 하던 저는 코이케 씨가 해준 “그건 말이죠, 그녀가 ‘좋아하는 물건’에 일관성이 있어서 그런 걸 거예요. 한평생 사용하고자 하는 기개가 느껴져요.”라고 말을 이해했습니다. 과하게 신경 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중한 만남을 놓치지는 말 것. 물건들이 시바타 씨 그 자체를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지내는 호화

갖고 온 물건들이 자리를 잡고 약 1개월이 지나, 시바타 씨는 구움 과자 납품 일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어 햇빛이 들어오게 하고, 창문을 열어 공기를 갈고, 청소를 하고, 정원을 가꾸고. “물론,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죠. 그러니까 빨리 일을 시작할 수 있게 절차를 밟고 있어요. 그러면서 지금은 그냥 지내고 있죠.” 이렇게 시바타 씨가 하는 말이 무척이나 호화롭게 느껴졌습니다.

호쿠신슈에서 생활을 시작한 후로, 도쿄에서 살 때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결국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었음을 깨닫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선택지가 없는 만큼 불필요한 고민거리가 떨어져 나간 덕분에 하고 싶은 일이 또렷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이룰 힘을 시바타 씨는 본래 지니고 있었죠. 그 힘이 이 땅에 와서 선명하게 나타난 거겠지요.” 코이케 씨의 이러한 말처럼, 다양한 힘이 공명하면서 더욱 강해지고, 더욱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이 사라진 집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문제는, 앞으로의 생활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내어주는 사람도, 이어받는 사람도 모두 기뻐할 수 있는 이러한 만남은 보기 드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많은 힌트가 깃들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촬영: 쿠로사카 아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