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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린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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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길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공사 중, 건설 중이라는 표지판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내년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도로와 빌딩 등의 인프라 정비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자, 이번에 소개하려는 내용은 인프라이긴 인프라지만, 그린 인프라입니다. 콘크리트로 만든 인공구조물이 대표적인 기존의 사회 기반(그레이 인프라)에 대항하여 식물과 토양이 지닌 ‘초록의 힘’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국토 조성, 지역 조성을 진척시키려는 겁니다.

 

그린 인프라란

예를 들어 수목과 흙이 갖추고 있는 보수력(保水力)을 활용하면 빗물을 모으거나 흡수시키고, 흘러 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지하수를 채워서 홍수 대책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린 인프라란, 자연 고유의 시스템과 생태계의 다양한 기능을 끌어내 지역 과제에 대응함으로써, 이를 사회기반으로 기능시키고자 하는 생각입니다. 그레이 인프라의 보충·대체 수단으로 활용하여 지역의 매력을 활성화시키고, 생물의 다양성을 보전, 재해 방지·감소 효과 등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린 인프라에 대한 얘기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자원·에너지 고갈, 고령화와 과소화로 인한 토지 이용 변화, 기후 변화에 따른 재해 위험 증가, 지역 경제 정체 등이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과제의 대응책으로 주목받으며 높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있었던 그린 인프라

이렇게 쓰면 현대사회의 과제와 위기감에서 생겨난 새로운 생각처럼 느끼기 쉽지만, 실은 먼 옛날부터 그린 인프라는 실천되고 있었습니다.

산간지에서 볼 수 있는 계단식 논이 그 예입니다. 일본에서 벼농사는 본래 중산간지의 수전(水田)이 주류로 ‘산사태 지역’이나 ‘토석류 터’에서 계단식 논이 개척되었다고 합니다. 중장비도 없던 시대에 이런 산간 지역의 토지가 오히려 논을 만들기 쉬웠다고 합니다. 이 계단식 논은 쌀 재배 이외에도 보수·홍수 조정·산사태 방지 등의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수전(水田)은 치수와 이수로 쓰이는 다목적 댐’이라는 말도 이러한 이유에서 나왔습니다. 환경론의 바이블이라 일컬어지는 『물과 풀과 흙』의 저자인 토미야마 가즈코 씨는 “무논이 사라지면 그만큼 홍수가 늘고, 수자원을 잃게 됩니다.”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화산의 나라, 지진의 나라인 일본에서 “사람들은 무너지기 쉬운 국토를 마주하고, 쌀 재배를 통해 자연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워온” 것입니다.

 

생물 다양성을 지원하는 그린 인프라

또, 수전(水田)은 다양한 생명 생태계를 받아들이고 키워가는 요람이기도 합니다. 물이 있는 곳에는 물장군, 물방개 같은 수생곤충이 생식하고, 이를 먹는 물고기와 개구리, 또 이들을 먹는 뱀, 뱀을 먹는 새들 등, 다양한 생물의 연쇄가 생겨납니다. ‘생물 다양성 유지’라는 의미로도 계단식 논은 가까이에 있는 그린 인프라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를 지켜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오랜 시간, 농가 사람들에게만 맡겨왔습니다. 농촌지대의 고령화, 과소화가 진행되며 경작을 포기하는 지역이 늘어나는 와중에, 1970년에 벌인 생산 조정을 계기로 계단식 논의 절반은 사라졌다고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즉, 가까이 있던 그린 인프라가 기반부터 무너졌다는 소리입니다. 요즘 호우로 인해 매우 큰 피해가 일어나는 원인이 기상이변만이 아니라, 그린 인프라가 더 이상 인프라로 기능하지 않게 된 결과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산나무가 만드는 당산숲

요코하마 국립대학 명예교수인 미야와키 아키라 씨는 “4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남자”로 알려진 식물생태학자입니다. 미야와키 씨는 “토지 본래의 숲이라면 화재에도, 지진에도, 태풍에도 견디고 살아남으며,” “재해 대책에서는 숲이 중요한 기능을 한다”라고 역설합니다. “토지 본래의 숲”이란, “그 고장의 수호신이 깃든 숲으로 대표되는, 당산나무로 이뤄진 당산 숲”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일본 전국에 약 15만 개가 넘는 당산 숲이 있었다고 합니다만, 현재는 그 수가 격감하여 “자연재해가 큰 피해를 불러오는 결과가 되었다”라고 합니다.

물론,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개발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미야와키 씨는 “선조들은 개발을 할 때 모두 죽이는 짓은 하지 않았다”라고 말합니다. “자연에는, 사람의 얼굴로 비유하자면 볼처럼 만져도 괜찮은 곳과, 손가락 하나라도 닿아서는 안 되는 눈처럼 매우 약한 부분이 있고, 선조들은 개발할 때에 이른바 눈 안에 손을 넣지 않았다. 즉, 약한 자연을 남겨 두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약한 자연을 상징하는 장소에는 사당을 만들고, 이 숲을 자르면 벌이 내린다, 이 수원지에 쓰레기를 버리면 벌이 내린다는 식으로 종교적인 징벌 의식을 잘 활용해, 토지 본래의 약한 자연을 남겨 두었던 게 아닐까요?” 하고 미야와키 씨는 말합니다. 자연에 대한 그러한 배려를 저희 현대인은 잊어버리고 만 것일지도 모릅니다.

[칼럼] 여름에 어울리는, 마(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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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칼럼은, 과거에 발신했던 칼럼을 ‘칼럼 아카이브’로써 다시 소개해드립니다.)

4월 말에 장마가 시작되는 오키나와에서부터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있습니다. 6월은 대부분의 지방이 비의 계절. 장마가 그쳐도 그 후엔 고온다습한 여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나 절전이 강조되는 여름엔 옷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천연 소재 중에서도 가장 시원하다고 알려진 ‘마’의 매력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강하고, 긴 마(麻)
“마(麻)”는 줄기나 잎에서부터 강하고 긴 섬유를 뽑을 수 있는 식물의 총칭. 모시, 리넨, 삼베 등 세계에는 20개 이상의 종류가 있습니다. 종에 따라 섬유의 길이나 굵기, 질감은 다릅니다만 공통적인 특징으로 흡수성·발산성·통기성·내구성이 뛰어나다는 것. 그런 특징을 살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의복 외에도 어망이나 로프 등 생활 자재로 활용되었습니다. 또한 촉감이 좋아 오래전부터 속옷에도 사용되었는데, 리넨의 프랑스어인 LIN은 란제리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일본의 마
만엽집에 ‘마 소재 옷’에 관한 노래가 실려있을 뿐 만 아니라, 삼베의 재배나 직물에 완련된 노래는 고금집, 신고금집 등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옷뿐만이 아닙니다. 다다미 표면의 실, 어망, 일본 전통 신발인 게다의 재료, 새끼줄, 초가 지붕, 신사의 금줄, 스모 일인자인 요코즈나의 장식품, 등등. 마는 일본인의 생활 여러 방면에 사용되어, 난·홍화와 함께 ‘삼초(三草. 실생활에서 유용한 세 종류의 풀)’의 하나로 불립니다. 또한 여름에 활약하는 모기장도 예전엔 마로 만들었는데, 나일론이나 솜으로 만든 것보다 체감 온도가 1~2도 정도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여름에 마가 좋은 이유
여름에 사람이 쾌적하다고 느끼는 옷의 조건은 피부의 온도를 일정 수준 이상 높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 기준은 32도·습도 50%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온도 33·습도 80%가 되면 땀이 나기 시작하여 불쾌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마는 다른 섬유에 비해 보온성이 낮고 방사성이 뛰어납니다. 즉, 마 소재 옷은 체온을 방열해서 쾌적함을 줍니다. 같은 천연 식물 섬유 중 면과 비교해보자면 흡습성은 마찬가지이지만, 통기성 125%·발산성 160%·접촉 냉각성 160%로 성질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또 마섬유의 단면은 구멍이 있는 심으로 되어 있어 땀이 나도 피부에 잘 달라붙지 않습니다. 고온다습한 일본의 선인들이 여름 의복으로 마 소재를 애용한 것은 무척이나 합리적인 지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원함도 좋지만, 착용했을 때의 멋스러움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입은 모양대로 주름이 생기면서도 빳빳한 느낌, 입을수록 깊이가 더해집니다.
여름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앞으로의 마
마는, 열대·온대·냉대 등 폭넓은 기후 조건에 적응하는 식물입니다. 약 3개월이면 3~4m까지 자라면서도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병풍해에도 강해, 길게 자라는 뿌리가 토양을 개선합니다. 또 마의 줄기에는 목재의 약 4배에 달하는 섬유 펄프가 있습니다. 나무가 자라는데 20년 정도 걸리지만 마는 100일이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합니다.
최근 마에서 식품이나 기름, 건축 자재, 섬유제품, 종이, 약품, 화장품, 플라스틱, 자동차 부품 등 많은 제품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환경보호라는 관점에서도 석유 계열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친환경 소재로서 마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마의 효용을 선인들은 현대 과학 이상으로 잘 이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지혜 중에는 미래의 풍요로움에 대한 힌트가 숨겨져있는 듯합니다.
여러분도 천연 소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칼럼]이끼볼이 이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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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인간도 자연의 일부야.” 예전에 이런 광고 문구가 있었습니다. 그렇죠, 『사람도 자연의 일부.』 인공물에 둘러싸여 있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무심코 잊게 되는 소중한 사실입니다. 자연이 있고, 사계절이 있어, 그 영위 속에서 사람은 먹을 것을 생산해내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당연하면서도 소중한 사실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활동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을 통해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이끼볼 만들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끼볼이란

분재 기법 중에 “뿌리 씻기”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화분 안에 뿌리가 빈틈없이 뻗은 상태에서 분재를 뿌리 채 쑥 뽑아 그릇 등에 올려 감상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흙 안에 뿌리가 튼튼하게 뻗어있기에 화분이 없어도 흙이 무너지지 않고, 자립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뿌리 씻기”를 통해 “이끼볼”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원예용 케토흙이나 적옥토 등에 물을 먹이고, 손으로 주물러 진흙반죽을 만듭니다. 만든 진흙반죽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고, 뿌리가 붙어있는 식물을 심습니다. 그 다음에는 진흙반죽 주변에 이끼를 붙이고, 떨어지지 않도록 실을 둘둘 감아 고정해주면 완성입니다. 완성된 이끼볼은 양동이 등에 담가 물을 충분히 머금게 한 후, 접시에 담아 감상합니다. 분무기 등으로 매일 물을 뿌려 적절히 적셔주면 이끼볼에 뿌리를 내린 식물이 성장하여 진짜 분재처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워크숍의 탄생

와다 도쿠유키 씨가 주식회사 ‘와다이치’를 설립하고, 이끼볼 만들기 워크숍을 시작한 건 10년 전의 일입니다. 누구든 쉽게 직접 만들 수 있는 이끼볼 키트를 개발하여 아이도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이 워크숍에 임하는 와다 씨는 ‘사물을 자유롭게 만들어내기’와 ‘흙을 만지면서 생명을 만지기’를 소중한 가치로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흙을 주물거리며 진흙반죽을 만들고, 식물을 심어 길러가는 ‘이끼볼 만들기’는 그러한 두 가지 가치를 한번에 체험할 수가 있습니다.

와다 씨는 원래 일본 전통공예품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일했었습니다. 아름다운 칠제품, 도기 등과 함께 분재와 이끼볼도 취급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 직장에서는 일본에서 난 간벌재로 편의점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관여했습니다. “자연공생”을 컨셉트로 한 비즈니스입니다. 그 일을 하면서 나무젓가락의 발상지라고 하는 요시노에 있는 숲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숲 속에서 요시다 씨는 문득 “간발재로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일도 멋지지만, 보다 자연공생에 대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끼볼」을 떠올렸습니다. 이끼볼이라면 자연을 사랑하는 일본의 마음과 전통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와다 씨는 주식회사를 세워 아이와 어른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끼볼 만들기 워크숍을 시작했습니다. 5년정도 전부터는 무인양품 매장에서도 황금연휴와 여름방학 기간 중에 개최되어, 현재는 200여개 매장에서 실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벼농사

“요즘, 이런 걸 만들었어요.” 와다 씨는 ‘이끼로 만드는 논 키트’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끼볼 만들기 재료에 볍씨와 육묘토를 동봉했습니다. 샬레에서 모종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 발아한 모종을 이끼볼에 심어 벼 이삭이 열릴 때까지 기르는 것입니다. 순조롭게 자라면 도중에 꽃이 피고,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는 등, 모내기부터 수확까지의 과정을 얼추 체험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작은 벼농사를 짓는 겁니다.

“요즘, 모내기 체험이 유행하고 있는 듯한데, 농가에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아이들은 진흙범벅이 되어가며 모내기를 하는데, 모종을 심고 나면 그걸로 끝나버린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모내기를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삼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끼볼에 모종을 심어보자는 발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벼 이삭이 여물 때까지 아이들은 매일 이끼볼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와다 씨의 생각에 찬동해준 신사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모내기 축제”와 “논 만들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매일 물을 잘 주고, 햇빛과 바람, 비에 대해 생각해보고, 벌레가 찾아오기도 하고, 새가 찾아오기도 하는 등, 농부는 그 모든 걸 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집에서 유사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5월부터 10월까지 반년 정도에 걸쳐 하는 체험이기 때문에 이삭이 여물었을 때는 기쁨이 배가 됩니다. 자기자신의 마음과 노고가 담겨있기에 단 한 줄기의 벼라고 해도 결실을 맺으면 기쁜 겁니다.”

작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이끼 논” 워크숍을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매일매일 기르다 보면 애착이 생겨나는 모양인지, 쉬는 아이의 이끼볼을 대신 돌봐주는 학생이 나온다는 얘기도 들려온다고 합니다. 또, 아쉽게도 시들어버린 아이의 집에서는 “왜 시들었는지에 대한 얘기가 계기가 되어 아이와 생명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다.”고 부모가 감사 메시지를 보내온 적도 있다고 합니다.

대자연 속에서 지내야만 자연과 가까워지는 건 아닙니다. “집 안에 있어도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고 와다 씨는 말합니다. “이끼볼” 만들기를 통해 사람과 자연 사이의 마음의 거리가 줄어들고, 또 작은 생명을 길러내는 일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가까워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는 겁니다.

 

흙을 접하고, 자연을 접하며, 생명의 소중함도 접할 수 있는 “이끼볼”을 아이와 함께 만들고 키워보지 않을래요?

[칼럼] 고온다습한, 목욕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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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칼럼은, 과거에 발신했던 칼럼을 ‘칼럼 아카이브’로써 다시 소개해드립니다.)

6월은 비의 계절. 「黴雨(미우)」라고 쓰는 것처럼 곰팡이가 자라나는 축축한 날씨가 계속됩니다. 남쪽에서부터 불어오는 습한 바람과 폭염이 계속되는 한 편, 「장마철의 쌀쌀함」으로 몸은 차가워지는 것이 이 계절의 특징. 느긋하게 목욕을 하며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풀어주는 것은 어떨까요?
※일본은 한국과 달리 6월부터 장마가 시작됩니다.

 

여름이야말로 덥고 따뜻하게
「여름엔 더우니까 샤워만」이런 이야기가 빈번히 들려옵니다만, 목욕의 효과는 더러움을 닦아내는 것 만이 아닙니다. 몸속에서부터 따뜻하게 만들어주면 혈액순환 촉진 및 장기 기능을 활성화하고, 심신의 피로와 긴장을 풀어줄 수 있습니다.

 

여름 입욕법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미지근한 물에 입욕할 것. 여름에는 38도에서 39도 정도 낮은 온도로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지근한 물은 부교감 신경의 움직임을 높여 릴랙스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모처럼 데운 몸을 금세 식히지 않을 것! 물기가 남아있는 상태로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쐬면 여름이라도 한기가 들기 때문에 컨디션이 나빠지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몸의 온기를 지키면서 쾌적함을 즐기기 위해서는 목욕 중 흘린 땀을 제대로 흡수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입욕 중 땀을 많이 흘린 만큼, 목욕을 끝낸 뒤엔 수분 보충에 유의해주세요.

 

목욕과 식물
욕조에 온수만을 채워 목욕하는 방식이 일반화된 것은 에도시대 이후. 그전에 「목욕」이라고 하는 것은 오두막 속에 증기를 채워서 하는 찜질 형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발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오두막 내부에는 창포를 깔거나 나뭇가지와 잎을 땔감으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에도시대에는「단오의 다섯 명절」인 5월 5일이 되면 각 가정집에서도 창포물에 목욕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창포는 중국에서 재앙을 태우는 잎으로 여겨졌습니다. 음력 단오절은 장마철로 컨디션이 가라앉기 쉬운 계절이었기 때문에 창포물에 입욕하는 것은 자연스러웠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직접 만든 입욕제
창포 입욕, 동지(冬至)의 유자 입욕이 계절의 행사로 전래되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도 때론 직접 만든 입욕제를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 계절에 적당한 재료는 떡이나 약재로 사용되는 ‘쑥’입니다. 도시의 공원이나 길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에 산책하는 김에 쑥을 채집하는 것도 좋습니다. 물에 씻어 그늘에 말린 다음 포대나 촘촘한 거름망에 넣어 욕조에 띄우는 것으로 완성. 시원한 향과 함께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같은 방법으로 무 잎이나 귤껍질도 좋습니다. 그 외에 비파나무 잎, 삼백초, 레몬도 자주 사용되고 있으며, 종종 커피 찌꺼기를 넣는 사람도 있습니다.
근처에서 위 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는 방법도. 바스 솔트나 천연소금을 베이스로 잘 섞어 준 후 사용합니다. 플로랄 계열, 감귤 계열 등. 그날의 기분에 맞춰 향을 바꾸거나 믹스하면 더욱 좋습니다.

 

여러분의 ‘목욕을 즐기기 위한 나만의 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요?

 

 

[칼럼] 물건과 사람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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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물건에 둘러싸여 살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물건, 필요한 물건, 어느새 옆에 두고 있는 물건.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해도, 언젠가 유용하게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두고 있는 물건. 자신의 물건 말고, 가족의 물건을 부득이하게 정리하게 되는 일도 앞으로 늘어날 것 같습니다.

주식회사 양품계획의 자문위원회 소속인 코이케 카즈코 씨는 「물건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계기란, 타계한 사람이 남기고 간 물건을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코이케씨의 언니였습니다. 나가노현 쿠로히메에서 시인으로 일생을 보냈던 언니의 집을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친척과 의논하여 가져갈 수 있는 물건은 가급적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그 예로 장서는 코이케 씨가 도쿄로 받아와, 언젠가 공개할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건이 사람을 이어준다.

하지만 모든 물건을 받아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클래시컬한 디자인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소파도 그 중 하나로, 아오야마에 자리 잡고 있었던 인테리어 샵 ‘이데’에서 30년쯤 전에 만들어진 오리지널 상품입니다. 언니가 마음에 들어 하던 아이템으로, 현관 라운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의자와 다르게 사이즈가 큰 소파는 누군가가 받아 가려 해도 조건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버리기 싫었던 코이케 씨는 친구, 지인들에게 상의했습니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새 보금자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다리를 놓아준 사람은 소파 제작에 관여했던 코이케 씨의 친구인 디자이너였습니다. 도쿄에서 친정집이 있는 쿠마모토로 돌아가 생활하고 있던 그녀가 쿠마모토에서 “아기 띠”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 ‘gran mocco’를 추천해준 겁니다. 언니는 다양한 동화책을 번역하는 일도 했었습니다. 쿠마모토 아동 교육 전문가들이 이 소파가 오는 걸 무척이나 반기고 있다는 말도 코이케 씨에게 들려왔습니다. 모처럼의 일이었기에 언니의 장서에 있던 동화책을 챙겨, 소파와 함께 쿠마모토에 갔습니다. 도쿄와 쿠로히메와 쿠마모토가 보이지는 않지만 하나의 깔끔한 선으로 이어진 듯이 느껴지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언니가 살아온 시간, 물건과의 만남, 좋아하는 것이 상대방과 우연히 들어 맞아, 그대로 똑같이 쿠마모토로 옮겨가다니. 정말, 인간 관계 속에는 물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던 코이케 씨의 말대로, 더 나아가서는 물건이 사람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한낱 물체가 아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시어머니입니다. 미국인으로, 조각가가 되고자 했으며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있어, 디자인 관련 일을 하셨던 분입니다. 미국이 가장 풍요로웠던 1950년대를 중심으로 정력적으로 활동하며, 찰스&레이 임스 부부와도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모두 친밀한 사이였습니다. 임스 부부의 명작 의자가 탄생하는 현장에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랬던 시어머니가 타계하셔서 임스 부부가 만든 “라운지 체어 &오토만”이 바다를 건너오게 되었습니다. 1956년에 디자인된 이 라운지체어&오토만은 코이케 씨에게 매우 애착이 가는 가구로, 사실 이미 같은 상품을 갖고 있었습니다. 20대일 때 있는 힘껏 노력해서 손에 넣었던 겁니다.

코이케 씨 본인은 물론, 친정어머니도 매우 좋아하여 내내 애용했다고 합니다. 통통한 손으로 계속 쓰다듬었는지, 팔걸이 가죽이 벗겨질 듯이 너덜너덜 해졌다고 코이케 씨는 웃으며 말해주었습니다. 미국에서 온 라운지체어는 아마 두 번째로 들였던 것인지 말끔한 상태가 유지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임스 부부의 라운지체어&오토만이라도 코이케 씨가 보기에는 서로 다른 가구였을 겁니다. 두 어머니가 보낸 각자의 시간과, 그 위에 앉아 경험한 다양한 사건들이 물건에 담겨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한낱 물체가 아닌 거죠. 어린이였을 때, 소년소녀, 청년 시절, 장년기. 사람은 살아가면서 그 순간순간의 시간 속에서 물건과 만납니다. 물건과 사람의 만남은,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돌출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소위 엔티크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도, ‘좋은 물건’은 어떻게든 다음 세대가 물려받을 수 있는 관계가 일본에서도 뿌리내려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코이케 씨는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주운 조약돌이나 숲에서 발견한 나무 열매 같은 작은 물건은, 이를 가지고 있던 개인에게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계속 갖고 있었던 거겠죠. 그런 물건을 물려받기는 어렵겠지만, 만약 그것이 가구라면..

 

물건을 선택하는 사람이 보낸 시간과 생활이 하나의 물건을 고르게 합니다. 물건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면 다양한 게 보이기 시작해, 물건을 고르는 하나의 시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칼럼] 피부 건조 주의보

게시: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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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매년 겨울이 되면 시베리아 쪽에서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날아와 대륙의 공기가 바싹 마릅니다. 이렇게 건조한 공기는 ‘건조해서 피부가 갈라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피부에 좋지 않죠. 최근에는 건조해진 피부를 위한 관리법들이 많이 공유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공기가 건조해지는 이유, 건조해진 공기가 피부에 좋지 않은 이유 등, 건조한 겨울 공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연환경으로 인한 건조

우리나라 강원도 지역에는 길이 600km, 해발고도 800~1,000m의 산맥들로 이루어져 남북으로 뻗어있는 태백산맥이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시베리아와 중국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이 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대기가 건조해집니다. 이때 동해안 쪽에서 불어오는 북동풍은 바닷바람으로, 차고 습한 공기를 몰고 옵니다. 이 습윤한 바람이 내륙의 차고 건조한 공기를 만나 구름을 만들어 많은 눈을 내리게 합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평창을 비롯해 강릉, 속초 등 강원도 지역이 겨울만 되면 폭설에 시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강원도 지역 군인들을 비롯한 주민들은 매년 제설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4년 2월 강릉에는 103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기도 했죠.  

우리나라는 겨울철에 차갑고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건조한 편입니다. 특히 강원도 영동지방이 건조주의보가 더 자주 발효되고 산불의 위험도 높은데요. 북동풍이 태백산맥을 타고 오르면서 공기 중의 수분을 눈구름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영동지방의 대기가 매우 건조하게 됩니다. 게다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바람이 불 때 더욱 건조해지는 공기의 특성으로 인해 점점 더 바싹 마르게 되는 거죠.

일본도 비슷합니다. 태백산맥과 같이 남북으로 뻗어 있는 혼슈 지방의 척량산맥을 타고 내려온 건조한 바람이 태평양 쪽으로 부는데 이로 인해 겨울철은 일본도 건조주의보가 내려진다고 합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통계(일본 기상청 조사)를 보면, 동경지역에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횟수는 연평균 76일. 그중 1월이 가장 많은 20일을 기록했으며 그 뒤로 2월이 17일, 12월 14일로 겨울 기간 3개월에 집중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2011년 1월은 건조주의보가 31일 발령됐다고 하는데요. 1월이 31일 것을 생각하면, 건조주의보가 매일 발효된 셈이죠.

 

난방으로 인한 건조

야외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실내의 공기도 바싹 마릅니다. 특히 난방기기를 틀고 있으면 훨씬 더 건조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이러한 현상을 ‘식욕’에 비유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
여기 케이크를 10개까지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죠. 10개 이상은 배가 포화 상태가 되어 무리입니다. 이는 습도로 치면 100%인 것입니다. 온도와 공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분량은 비례합니다. 즉, 주위가 따뜻해지면 공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분의 양이 증가하는 것이지요. 몸을 따뜻하게 하면 위장이 커져서 10 개 밖에 못 먹었던 사람이 15개, 20 개씩 먹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케이크 10 개는 위장의 절반밖에 채울 수 없습니다. 습도로 말하면 50 %로 낮아진 셈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면, 겨울철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방 안의 수분량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난방으로 실내 온도가 따뜻해지면, 수분 함량은 변하지 않는데 공기의 식욕은 왕성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습도가 내려가고, 바싹 마르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온 10 ℃의 방에 습도가 60 %라고 합시다. 그 방을 난방으로 20 ℃까지 따뜻하게 하면 습도는 무려 32 %까지 떨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오늘날과 같은 난방 장치가 없던 시대에는 가정에서 난로 위에 주전자와 냄비를 얹어 물을 펄펄 끓였다고 합니다. 이것은 온도 상승으로 부족해진 수분을 보충하기 위한 생활의 지혜였던 것이지요.

 

피부와 건조

비 오는 날은 좀처럼 빨래가 마르지 않지만 활짝 갠 맑은 날에는 빨래가 금방 마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이 겨울철 피부에도 발생합니다. 습도가 낮은 공기는 식욕이 왕성하기 때문에 피부로부터 수분을 억지로 빼앗으려고 합니다. 한편, 피부도 건조함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특성이 있습니다. 바로 피부 각질층이 지니고 있는 “장벽 기능”입니다. 각질층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표피의 죽은 세포와 지방질인데요. 두께가 불과 10 ~ 20미크론(길이의 단위; 1미크론은 100만 분의 1m)으로 굉장히 얇은 층이지만, 플라스틱 수준의 장벽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체중의 약 70 %는 수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장벽 기능 덕분에 인간은 체내의 수분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대기가 매우 건조한 상태라면 피부로부터 수분을 빼앗게 되는데, 이는 피부가 거칠어지는 원인이 됩니다. 물론 피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죠. 건조함은 피부에 있어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피부는 이에 맞서 각질층을 두껍게 하여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겨울철에 건조한 곳에 오래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각질층이 두꺼워지기 쉬운데 이는 그만큼 피부가 거칠어진다는 뜻입니다. 흔히 ‘건조한 피부에는 스킨케어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말에는 ‘피부가 거칠고 건조해지는 것을 예방한다’라는 직접적인 목적 이외에도, 스킨케어를 잘해줌으로써 외부에 장벽 층을 만들어 피부가 받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각질층이 두꺼워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의미까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지난 100년간, 도시의 녹음과 보습 효과가 있는 토양의 면적이 줄어들면서 도쿄나 오사카 등 일본의 대도시는 연간 평균 습도가 계속 내려가는 추세라고 합니다. 또한, 여름에는 제습 공사를 하는 건물이 늘어나면서 공기가 건조해지는 곳이 있다고 하네요. 이제는 비단 겨울뿐만 아니라 연중 내내 피부 보습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더는 우리 피부 스스로의 치유력만으로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겨울동안 건조해진 피부, 봄이 되면 황사와 미세먼지 등으로 더 건조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건조함으로부터 어떻게 피부를 관리하고 계신가요? 노하우가 있으면 의견을 보내주세요.

[칼럼] 시간의 흐름

게시: 20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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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러, 2016년이 지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아, 또 한 살 더 먹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다음에는 「해가 지날수록 시간이 더 빨라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지요.

정말 시간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는 걸까요? 

1년의 시작을 “시간의 흐름”에 대해 생각하며 맞이해볼까 합니다.

 

 

폴 자네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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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이 흐르고 있습니다. 파리와 뉴욕, 서울의 시계도 시차는 있지만 1초의 길이는 같습니다. 장소와 사람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요※. 하지만 시간이 다르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몇 분은 화가 날 정도로 길게 느껴지는데, 놀이에 열중하고 있던 몇 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갑니다.

어린 시절에는 시간은 더 천천히 흘렀던 것 같습니다. 특히 초등학생 시절, 여름 방학이 끝나고 시작되는 2학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19세기에 이런 현상에 대해 생각한 사람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폴 자네(Paul Alexandre René Janet)입니다. 그는 같은 1년이란 시간을 어린아이는 길게 느끼고, 성인들은 짧게 느끼는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했습니다. 5살짜리 아이에게 1년은 인생의 5분의 1입니다. 하지만 50살이 된 성인에게 1년은 인생의 50분의 1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5살짜리 아이는 50세의 성인에 비해 1년을 길게 느끼게 되지요. 살아온 순간이 길어질수록 1년의 비중이 작아지고, 짧게 느껴진다는 이 가설을 「자네의 법칙」이라 부릅니다.

 

끼리의 간, 쥐의 시간

코끼리처럼 큰 동물과 쥐처럼 작은 동물은 같은 시간을 살고 있을까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생물학자 모토카와 타츠오의 저서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예로부터 여러 사람이 「몸의 크기와 시간 사이에 있는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쥐, 고양이, 개, 말, 코끼리의 심장이 쿵쿵 뛰는 시간의 간격을 재어보고 각 동물의 체중과 시간과의 관계를 찾아본 결과, 동물의 시간은 체중의 1/4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쥐는 코끼리에 비해 빨리 움직이기에 수명도 짧고 빨리 죽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쥐가 느끼는 1일은 코끼리가 느끼는 1일보다 훨씬 길기에, 일생을 생각해보면 결국 코끼리와 쥐는 결국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로 생각해보자면, 몸이 작은 어린아이는 큰 성인보다 시간을 길게 느끼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1년을 길게 느꼈었던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시간을 멈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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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Ray Douglas Bradbury)의 소설 「민들레 술」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 더글라스의 친구 존이 아버지의 전근으로 이사를 하게 된 날, 두 소년은 남겨진 짧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밖에서 놀았습니다. 평소처럼 동네를 누비며 놀다, 더글라스가 문득 존을 불러 세웠습니다. 「뛰면 시간도 달릴 거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 뒤 두 소년은 건초에 숨어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고,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냅니다.

「모든 것을 천천히 흘러가게 하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어떤 것도 바라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거야.」라고 생각한 두 사람은 남은 마지막 하루를, 시간의 흐름을 멈추기 위해 노는 것도 멈추고 앉은 채로 가만히 있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일이든, 노는 것이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으면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갑니다. 문득 정신 차리면 「벌써 이 시간이야?」라고 느끼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아이였을 때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집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어른의 1년은 짧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막을 내린 지난 한 해,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나요? 짧게 느껴지는 1년이었나요, 길게 느껴지는 1년이었나요?

2017년을 시작하는 오늘, 괜찮으시다면 여러분의 의견과 감상을 들려주시겠어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했을 경우, 중력의 큰 곳에서는 시간의 진행은 느려질 수 있습니다.
※참고도서: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모토카와 타츠오 지음 」(중공신서)
「민들레의 술/레이 브래드베리 지음 키타야마 카츠히코 역 」(정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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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지각색의 수첩

게시: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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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새로운 수첩을 찾는 분이 많으실 듯 합니다. 요즘은 일정을 적는것뿐 아니라, 취미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수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은 1년 계획을 세울 때 필요한 ‘수첩’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수첩의 역사

우선 수첩에 대해 알아볼까요? 「휴대할 수 있는 작은 공책」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그 의미는 꽤 넓어질 것 같습니다.
페이지를 날짜로 나눈 지금의 수첩에 가까운 모양이 나타난 것은 영국 산업혁명 발생 이후로, 일정을 적어야 했던 런던의 금융가에서 바쁘게 일하는 비즈니스맨들이 애용했다고 합니다.

동양에는 개화와 함께 서양식 수첩이 들어왔습니다. 1868년, 일본에서는 이미 경찰 수첩이나 군사 수첩을 인쇄했다고 합니다. 철도, 전기보다 빠른 것을 보면 수첩이야말로 근대화의 상징일지도 모릅니다.

 

가능성을 넓히는 수첩

일본의 수첩평론가 타테가미 타츠히코씨는 그의 저서에서 수첩을 “인생의 가능성을 넓히는 도구”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1일, 24시간, 1년 365일,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인생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을지 모릅니다. 실제로 기업가, 대학교수 등 저명한 문화인의 이름을 딴 수첩이 많고, 「인생은 수첩에서 바뀐다!」「성공하는 수첩 정리법!」이라는 말도 자주 눈에 띕니다.

이러한 “자기개발”의 목적으로 수첩을 사용한 최초의 인물은 바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 정치가이자, 천둥이 전기라는 것을 발견한 물리학자이기도 했던 프랭클린은 22세 무렵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해, 그 가치관을 「13개의 덕」으로 정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은 수첩을 만들어, 그 가치관을 1페이지씩 나눠 날마다 그것을 보며 생활을 바로 잡았다고 합니다. 세계 최초의 자기개발 수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남긴 유명한 말이 바로 「Time is money(시간은 금이다)」입니다. 수첩으로 인생을 바꿔나간 위인의 초상화는 미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100달러 지폐에 새겨져 있습니다.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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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함을 버리고,「취미」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수첩도 있습니다. 한 회사에서 출시한 「세시기 수첩」은 음력의 「24절기」, 「72절」을 적었습니다. 소한, 대한, 입춘, 우수 등과 함께, 달의 참과 이지러짐, 계절의 풍물시가 실려 있어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계절을 즐기는 방법으로 제격입니다. 일본에는 철도 마니아의 인기를 끌고 있는 「철도 수첩」, 전국의 물 때가 별책으로 붙어 있는 「낚시 수첩」등, 매우 다양한 종류의 수첩이 있다고 합니다.

 

오래됨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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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에는 일상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그」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스케줄에 기상시간, 취침시간, 세 끼 식사 때 섭취한 것 등을 기록해두면 건강관리나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됩니다. 본래「라이프 로그」는 디지털로 기록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종이 수첩에 적는 것도 그 나름의 장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육필(肉筆)은 시간과 함께 오래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로 남긴 것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습니다. 사진도, 글도 옛날 그대로 입니다. 하지만, 수첩은 다릅니다. 연필, 볼펜, 만년필, 여러 필기구를 사용해도 적었던 것들은 반드시 낡아져 갑니다. 변색되거나, 긁히기도 하고 바쁜 시기에 쓴 것은 글씨체가 흐트러져 있기도 합니다. 합격, 결혼, 출산 등 인생의 그때 그때의 장면에서 가졌던 감정이나 생각들이 수첩에는 허름한 글자로 남습니다. 몇 년, 몇 십 년의 시간을 거쳐 손으로 적었던 수첩은 둘도 없는 보물이 됩니다.

 

업무나 취미에 사용하며 일정들을 적었던 수첩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자신의 인생이 나타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수첩을 선택할지, 어떤 해로 만들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은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께서는 내년에 어떤 수첩을 사용하실 계획인가요?

「이런 재미있는 수첩이 있다」「나는 이렇게 수첩을 사용한다」등,수첩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꼭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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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롤링 스톡법 – 재해를 대비하는 식량 비축법

게시: 201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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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동북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만일을 위해 비축해둔 식료품의 소비기한이 지나 먹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일에서 교훈을 얻어, 많은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비상 식량 비축 방법이 ‘롤링 스톡(Rolling stock)법’ 입니다. 재해 관련 뉴스가 많은 요즘, 혹시 모를 때를 위해 대비하는 방법을 점검해보는건 어떠신가요?

 

 

 

먹으면서 비축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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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 스톡법은 문자 그대로 스톡(비축)을 롤링(회전)한다는 말입니다. 비축한 식품을 정기적으로  소비하며, 먹은 만큼 채워넣는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비상식량은 그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맛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비축한 식품을 평소 먹는 것들로 준비한다면 맛있는 것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며, 어떤 식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테스트를 사전에 준비할 수도 있겠지요.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한 대비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비일상적인 것으로 변해 점점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혹시나(비일상)’를 ‘언제나(일상적으로)’의식하는 것입니다. 비상식량을 일상적으로 지속해 사용한다면 혹시 모를 상황에 가장 효과적인 대비방법이 될 것입니다.

 

 

 

소비기한은 1년으로도 충분

 

롤링 스톡법의 비축 테크닉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재해시에는 라이프라인(Lifeline: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시설. 교통, 통신, 상하수도, 전력, 가스 시설 등이 있다.)이 끊기며, 식품과 지원물자가 도착할때까지 수 일이 소요되기에, 72시간은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합니다. 대략 3일분 정도의 식량을 비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적어도 ‘아침식사 2끼 × 3일분 ×가족인원수’만큼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NPO법인인 플러스 아트의 에이타 히로카즈(永田宏和)씨는 거기에 1일분의 식량(한 사람당 8끼)를 더 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8끼×가족인원수만큼 준비한다면, 매 달 1회정도 ‘비상식량을 먹는 날’이 정해집니다. (예를 들자면, 매 달 세번째 일요일 저녁식사를 비상식량을 먹는 날로 정하는 식이지요.) 이 날에는 가족 모두 식탁에 앉아 ‘이건 데우지 않은 채로도 먹을 수 있구나.’, ‘조금 양념이 진한 것 같아.’ 처럼, 평가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족 모두가 함께 비상 식량을 정하거나, 다른 식품으로 대체하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그 다음 주말까지 8끼가 되도록 식량을 사서 보충해야합니다. 이렇게 8개월간 생활하면 모든 식품이 새롭게 바뀝니다. 그렇기에 소비기한은 1년정도 있으면 충분합니다.

일반적으로, 비상시를 위해 비축해두는 식품은 소비기한이 약 3~5년정도 됩니다. 대부분 물이나 연료가 없이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소비기한이 3년 이상인 제품은 선택지가 꽤나 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기한이 1년 이내의 상품에, 요즘의 식품 가공 기술을 더하면 선택의 폭은 꽤 넓어집니다. 레토르트나 냉동 건조 식품, 캔 등 정말 다양하지요. 소비기한이 1년 이내인 식량을 구비해둔다면 한 달에 한 번 있는 ‘비상 식량을 먹는 날’이 고통스러운 날이 아닌, 취향에 맞는 비상식량에 모두가 입맛을 다시게 되는 즐거운 식사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여기가 포인트

 

물 비축도 동일합니다. 물 비축량은 1일:1L×3일분×가족 인원수가 좋습니다. 4인 가족이라면 36L로 꽤 많은 양입니다만, 이것도 정기적으로 소화시키며 1년에 걸쳐 새롭게 교체한다면 시판 음료수로 비축이 가능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물 또한 소비기한이 1년입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정수기(큰 통에 들어있는 물을 꽂아 사용하는 것)라면 정기적으로 배달시키는 양에서 조금 더 양을 늘린다면 물을 순환시키며 비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에이타씨는 휴대용 가스렌지와 부탄가스캔 준비를 추천했습니다. 이것이 있다면 조리할 수 있는 레파토리가 늘어나 좋다고 합니다. 부탄가스캔은 하나에 약 65분간 사용이 가능합니다. 가족 인원수에 따르겠지만, 항상 몇 개 정도 비축해두는 것이 좋겠지요?

 

일본에서는 관동대지진이 있었던 9월 1일을 ‘방재의 날’로 정하고 매년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국에도 방재의 날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신가요? 1994년부터 시작된 방재의 날은 5월 25일입니다. 가족이 모두 모여 혹시 모를 재난에 대비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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